디폴트 옵션에 원금보장?…DC형 퇴직연금 모범답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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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퇴직연금 오명 벗자]
디폴트옵션 도입 필요성 높아…보험업계 `반발`
GIC 등 원리금보장 보험상품, 은행 예적금보다 많아
퇴직연금사업자, 수수료 낮추고 수익률 높이는 노력 필요
취약계층 보완책·중도인출 문제 등도 논의해야
  • 등록 2021-04-29 오전 7:40:00

    수정 2021-04-29 오전 9:56:31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1%대 원리금 보장상품에 자동 편입돼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것인데, 디폴트 옵션 상품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넣으면 지금과 같은 똑같은 절차가 반복된다.”(금융투자업계)

“퇴직연금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로자가 지시하지 않으면 원금손실 가능한 펀드에 자동투자되는 만큼 반드시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해야 한다.”(보험업계)

지난해 기준 100조원 규모의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디폴트 옵션 제도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넣을 것인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다만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선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시키는데 대해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재 발의된 근로자 퇴직급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 3건은 각기 다른 디폴트 옵션 내용을 담고 있어서 5월 국회에서 어떤 안이 통과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은행 ·보험 퇴직연금시장 78.5% 차지…주도권 뺏길라

회사에서 알아서 정해진 수익을 보장해주는 확정급여형(DB)과 달리 DC형은 근로자 스스로 퇴직연금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DC형 적립금의 83.3%인 58조원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돼 있다. 최근 5년간 DC형 연평균 수익률은 1.64%에 그친다.

이달초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삼성생명(13.3%), 신한은행(10.4%), 국민은행(9.3%), 하나은행(7.4%), 기업은행(7.1%), 우리은행(6.2%) 등 상위 6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53.7%나 된다. 권역별로는 은행 51%, 생명보험 22.3%, 금융투자 20.2%, 손해보험 13.3% 순이다.

디폴트 옵션 도입 논의 초기에 은행들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왔지만 지금은 잦아든 반면, 보험사를 중심으로 디폴트 옵션 적격상품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펀드 판매보수를 갖는 구조여서 은행은 펀드(실적배당형)가 늘어나도 안정적으로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지만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보험계약으로 유치해 자가상품 위주로 판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퇴직연금 최대 사업자가 삼성생명(032830)(보험사)이고, 원리금보장형중 보험상품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데 있다.

실제 DB형을 포함한 255조5000억원의 적립금 중 원리금 보장상품은 89.3%(228조1000억원)에 달한다. 원리금보장상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보험상품으로 41.9%(95조6000억원)나 됐다. 이는 은행의 예·적금 37.2%(84조9000억원)보다 10조7000억원(12.6%) 많다.

보험사들은 통상 원리금보장형(GIC:Guaranted Interest Contract) 상품으로 가입자에게 1~2%의 금리를 지급하고, 이 자금을 운용사에 일임하거나 직접 운용해 4~5%의 수익을 낸다. 가입자에 주는 1~2% 금리를 뺀 3~4%가량의 수익을 보험사가 갖게 된다. 가입자가 가져가야 할 수익을 원리금보장 상품을 이유로 보험사가 취하는 구조다.

게다가 내년 4월부터 300인 이상 DB형 사업장은 사내 운용위원회를 만들고 매년 적립금 운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회사 손실 책임을 우려해 원리금보장형에 주로 투자하던 DB형 역시 자산배분을 통해 일정부분 실적배당형 상품을 담고, 일임 등으로 운용해야 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디폴트 옵션 제도를 시행하면서 원금보장을 받을 수 없게 세팅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하게 후불임금 성격이 크고, 퇴직금에 대한 소비지 인식 등을 고려하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은 난감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윤창현 의원 법안에는 은행·보험사 등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하는 것은) 디폴트 옵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수료 안 받는 금투업계…수익률 제고 노력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은 2.58%였다. 유형별로는 DB형 1.91%, DC형 3.47%, 개인형퇴직연금(IRP) 3.84%로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상품유형별로는 원리금보장형이 1.68%였고, 실적배당형이 10.67%로 차이가 컸다.

사실 DC형 가입자들의 불만은 원리금 보장이 아니더라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0.4% 이상의 운용·관리수수료를 가져가면서 연평균 1~3%대의 수익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016360)미래에셋증권(006800)은 운용·자산 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다이렉트 IRP’를 최근 잇따라 출시했다. 일부 운용사에선 실적에 연동해 수수료를 받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라이프사이클펀드, 혼합형펀드를 디폴트 옵션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적격 디폴트 상품 중 타깃데이트펀드(TDF)상품이 약 87%를 차지한다. TDF란 근로자별 연령, 은퇴시점을 고려해 자산운용이 이뤄지는 상품으로 라이프사이클펀드와 유사하다.

일본의 경우 DC형 자산운용 개선을 위해 2018년 5월 디폴트 옵션 제도를 시행했다. 디폴트 옵션 상품에 예·적금, 금융채, 금전신탁, 집합투자증권(펀드) 등을 규정하면서 대부분 원리금보장 상품을 편입해 저수익이 지속됐고, 제도 도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선택권 없이 회사가 정한 적격상품에 투자해야만 하고, 손실이 나더라도 기업이 면책받을 수 있는 조항까지 명시돼 있다.

최근 논의 중인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예금에 자동투자되는 현재와 달리, 회사와 근로자가 정한 적격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입자가 손실가능성을 피하고 싶다면 원리금 상품에만 투자하도록 운용 지시를 내리면 된다.

또 미국, 호주 등은 해지시 패널티가 강하다. 고용유연성이 높지만, 장기간 가입이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해지시 패널티를 부여하기보다 유지시 베네핏(세제혜택)을 주는 구조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에 그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고, 금액도 크지 않아 당장 해지해서 쓰려는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연 7~8% 수익이 난다면 퇴직연금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 옵션 도입시 DC형 주가입자인 취약계층에 대한 일부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퇴직연금 가입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만큼 중도인출에 대해서도 보다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근로자의 퇴직급여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은 총 4건이다. 이중 윤창현 의원안에 디폴트 옵션 적격상품에 원리금 보장 상품이 포함돼 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안에는 보수적펀드, 혼합형펀드, 라이프사이클펀드를 비롯해 국공채 MMF가 포함돼 있다.

박종원 서울시립대 교수는 “디폴트 옵션 도입 목적이 침체 상태인 현 퇴직연금시장의 운용성과를 높이는 데 있는 만큼 원리금포장형 상품을 디폴트 옵션 상품에 포함시키는 것은 큰 의미와 실익이 없다”며 “디폴트 옵션 시행 초기에는 중장기 투자기간과 분산투자에 적합하게 설계된 라이프사이클펀드(TDF 포함), 자산배분형펀드를 주로 하는 상품 구성이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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