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선거 현수막과 벽보의 시즌이 시작됐다. 이미 곳곳에 각 후보의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고, 후보별 벽보 곧 붙여질 예정이다. 다만 정치 양극화가 심화함에 따라 이를 훼손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한 도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전국 각지에 대선 후보별 현수막이 부착됐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는 유권자 통행이 많은 장소의 건물이나 외벽에 후보별 선거 벽보를 붙일 예정이다.
이 같은 후보별 현수막·벽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선거운동 기간이 아닐 때보다 강하게 처벌받게 된다.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현수막·벽보 훼손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단순 파손부터 낙서까지 폭넓게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부산 금정구에서 21대 총선 후보자 현수막에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의 경우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고, 부산 영도구의 한 담벼락에 부착된 선거 벽보 후보자 사진 눈 부위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다른 후보자 사진 눈 부위에 초콜릿을 붙인 회사원 2명은 각각 벌금 80만원과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구속된 경우도 있다. 지난 2022년 8대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자의 눈 부위를 찢은 60대 남성이 징역 5개월을 선고받았고,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땐 영등포역파출소 담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손으로 잡아 뜯은 4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문제는 현수막·벽보 훼손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현수막·벽보 훼손 혐의로 850명이 검거됐는데 이는 19대 대선(645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18대 대선의 경우 검거 인원이 180명(경찰청·대검찰청)에 그쳤던 점을 고려할 때 2번의 대선의 거치며 선전시설 손괴사범이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 심화가 이처럼 선전시설 손괴사범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를 악마화 하는 정치권과 이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결과”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이번 대선에 더 많은 손괴사범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인식 조사 응답자 92.3%는 ‘어떤 사회 갈등보다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부터 경찰청을 포함한 전국 278개 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선거 사건으로 총 162명을 수사 중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8일 상황실 개소식에서 “공명선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선거범죄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엄격한 중립의 자세로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