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우리 주식시장에도 통용되나 보다. 오를 때는 외국인의 매수세라는 이유로 올랐지만 내릴 때의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디 하나 편하게 의지할 만한 곳이 없다.
어제(1일) 코스피는 52일만에 2000선을 내줬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에 달러-원 환율이 1060원선까지 오르자 외국인은 선물과 현물을 모두 팔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우리 증시를 주도한 외국인이 매수에서 매도로 돌아서자 지수는 연일 고꾸라지고 있다.
게다가 실적 문제도 답답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3분기 실적우려에 연일 약세다. 삼성전자는 110만원 중턱에서 헤매고 있고 한전부지 인수 후 20만원 밑으로 내려갔던 현대차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금리인상 시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고용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며 조기 금리인상론을 자극했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지출 등 실적과 관련된 지표는 위축되며 실적 우려를 부추겼다.
이처럼 약세의 원인이 실뭉치처럼 엉켜버려 있다. 단지 지수만 보고 쉽사리 뛰어들어선 안되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급등하던 달러-원은 잠시 1060원선에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NDF 역외환율이 전날 달러-원 환율(1062.70원)보다 0.8원 낮은 1061원에서 형성돼 있고 엔-달러 역시 다시 110엔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그래도 아직 3분기 실적시즌과 미국 금리 인상 시기 이슈는 남아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하기 보다 약세의 원인들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보고 시장에 대응할 때다. 이 원인들이 해결될 때까지 코스피를 싸게 살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