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음료업체들이 미국인들의 과도한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데 공조하기로 했다. 건강을 해치는 적(敵)으로 몰리고 있는 이들은 탄산음료 크기를 줄이는 동시에 생수와 다이어트 음료 등의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코, 닥터페퍼 등 3대 음료업체들은 23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개최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linton Global Initiative)에 참석, “앞으로 10년간 미국인들이 우리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칼로리양을 20%까지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를 주도했던 수전 닐리 미국음료협회(ABA) 회장은 “더 건강한 세대를 위한 연대(Alliance for a Healthier Generation)라는 단체와 함께 이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한 뒤 “이같은 칼로리 소비 감축 목표는 야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건강한 세대를 위한 연대측은 음료업체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독립적인 평가자를 별도로 고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음료업체들의 행보는 칼로리가 높은 탄산음료가 미국의 높은 비만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여론의 압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시처 베버리지 다이제스트(Beverage Digest)지 편집장도 “음료업체들의 이번 성명은, 건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높아지고 있는 대외 압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도 최근 미국인들은 콜라 등 탄산음료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코카콜라와 펩시코 등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작은 캔과 병에 든 탄산음료를 내놓는 한편 `다사니`(Dasani)와 `아쿠아피나`(Aquafina) 등 자사의 생수제품에 과일 향 등을 첨가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한 해동안 음료를 통해 섭취한 칼로리양은 2000년에 비해 12%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후 연설에서 “미국인들을 보면 소득이 낮을수록 탄산음료 등으로 인한 하루 칼로리 섭취량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실천이 저소득층과 그 자녀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