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한국인 커피사랑 '맥심 모카골드'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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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타도 맛있는 '황금비율'…30년째 '커피 한잔의 여유' 선물
동서식품 뚝심에 '빨리빨리' 문화와 만나 급성장
끊임없는 연구로 고객 만족 앞장
  • 등록 2017-11-16 오전 6:13:57

    수정 2017-11-16 오전 6:13:57

맥심 커피믹스 변천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구한말 외세가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던 시기, 조정이 풍전등화 같던 상황에서 노심초사 하던 고종황제는 서양에서 전해온 음료를 맛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가비의 쓴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한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

21세기 들어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대부분 쌀밥과 김치라고 답할 것이다. 실상은 다르다. 지난 2015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커피믹스(조제커피)에 대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단일 음식 중 주당 소비빈도가 가장 높은 품목에서 고종황제가 가비라 불렀던 커피가 12.3회로 가장 높은 품목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배추김치는 11.8회, 쌀밥은 7회였다.

서양에서 유래한 커피를 한국인들이 김치보다 자주 먹게 된 배경에는 동서식품이 자리잡고 있다. 1968년 문을 연 동서식품은 1970년 당시 세계적 식품회사인 미국의 제너럴 푸드사(General Foods)와 기술 도입 및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해 커피의 원두를 수입해 분말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서식품은 1970년 경기도 부평공장을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분말 커피 생산에 돌입한다. 미군 PX 등을 통해 암시장에서 유통되던 분말 커피를 국내 식품회사가 대량으로 생산하게 된 것이다. 동서식품은 분말 커피를 통해 국내 커피 수요를 모두 충당하며 한국의 커피시장 개척자로 일약 발돋움 한다.

◇고종황제가 처음 마신 커피…한국인의 기호품 되다

커피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케파라고 추정되는 곳에서 자라던 야생의 커피나무가 남아바리바 반도로 전파됐다가 15세기 무렵부터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재배하며 인류의 3분의 1이 애음하는 기호식품으로 발전했다.

커피가 인류의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카페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커피나무에서 나오는 원두를 볶은 뒤 이를 우려내 마시는 커피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카페인은 각성작용을 일으켜 신체의 순환계와 신경계에 생리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대뇌와 신장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이뇨작용 덕분에 커피는 이슬람교에서 종교의식에 쓰이기도 했으며 16세기에 유럽으로 전파 된 후 사회적인 논란을 거쳐 결국 차와 더불어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위상을 굳힌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고종황제로 알려졌다. 1895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공관에 머물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일하던 독일 국적의 프랑스인 안토니트 손탁이 고종에게 원두 커피를 대접했다. 당시 커피는 한자를 음차해 ‘가비’ 내지 ‘가배’ 혹은 ‘양탕국’이라고 불렀다. 커피를 처음 맛본 고종은 커피 애호가가 됐다. 이후 황실과 개항지인 인천과 군산 등을 중심으로 커피가 빠르게 상류층의 기호식품으로 퍼져나갔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커피는 점차 지식인들의 필수 기호폼으로 자리잡았다. 커피를 좋아했던 시인 이상은 직접 1930년대 중반 서울 종로에서 ‘제비 다방’을 운영할 정도였다.

동서식품 인천 효성동 공장 (사진=동서식품)
◇동서식품, 한국 커피산업의 선구자로 부상

해방 이후부터는 미군을 통해 들어온 인스턴트 커피가 암시장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커피를 먹을 수 있는 다방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를 눈여겨본 기업인들은 한국의 커피시장이 성장할 것라고 예상했다. 이를 보고 뛰어든 것이 동서식품이었다. 동서식품이 국내 커피시장의 절대 강자로 올라서게 된 계기는 김재명(95) 명예회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일제시대 명문이었던 경기고 출신의 김 명예회장은 조선양조 공장장부터 시작해 한국비료 공장장, 제일제당과 전주제지 사장 등을 거쳤던 삼성그룹 출신이다. 김 명예회장은 1974년 퇴직금으로 동서식품 경영권을 인수하며 커피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서식품은 1973년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 및 원두가격의 상승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 명예회장은 앞선 기술로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다짐한다. 김 명예회장은 신제품 개발반을 만들어 제품 개발에 매진한다. 새로운 분말커피 제품에 앞서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바로 ‘프리마’다.

프리마는 커피에 크림을 내는 크리머의 일종.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분말 크리머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커피 화이트너라고도 불리는 크리머는 1961년 네슬레가 유제품에서 성분을 뽑아내 ‘커피메이트’라는 상표로 처음 시장에 나왔다. 동서식품은 ‘야자유를 주원료로 한 분말의 순식물성 크리머’를 제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김 명예회장은 사내 신제품 개발반을 독려했다. 결국 동서식품은 야자유와 전분당, 카제인 등을 배합해 마침내 1975년 국산 크리머인 프리마를 시장에 내놓는다. 프리마 개발 덕에 동서식품은 한국 시장에 맞는 인스턴트 커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마침내 1976년 12월 커피와 프리마, 설탕을 이상적으로 배합한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동서식품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커피원액을 영하 40도의 초저온에서 동결시킨 후 얼음조각 형태로 만들어 증발 건조기에서 승화시켜 만드는 동결건조공법의 커피 개발에 도전한다. 1980년 출시한 ‘맥심’은 동결 건조공법으로 만든 동서식품의 첫번째 커피 브랜드였다.

◇세계 최초 커피믹스 ‘맥심 모카골드’로 이어지다

동서식품이 선보인 커피믹스는 1980년대 한국 사회의 풍경을 바꿔놓은 식품 중에 하나였다. 대량생산으로 가격경쟁력이 월등했던 커피믹스는 학교나 사무실, 식당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다. 동서식품과 기술제휴를 한 미국의 크래프트사는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커피믹스를 마시는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커피믹스는 뜨거운 물만 있으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1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 덕에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에 걸맞는 제품이었다. 동서식품은 1989년 풍부한 향의 부드러운 커피를 표방한 ‘맥심 모카골드’를 내놓으며 커피믹스 식품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맥심 모카골드’는 출시 이래 커피믹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기준 국내 커피시장에서 커피믹스 제품 1조 1487억원 가운데 동서식품이 9360억원을 올렸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 시장의 81.4%를 차지한 이유는 맥심 모카골드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덕이다. 동서식품은 맥심 모카골드의 장수 비결을 황금 비율에서 찾는다. 동서식품은 50여 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급 커피에 사용되는 아라비카 원두를 70% 이상 배합하고 설탕, 크리머의 황금 비율을 찾아냈다.

이광복 동서식품 사장은 “다양한 계열의 커피제품들과 커피크리머 등 최고의 제품들로 한국 식품 문화의 선진화를 선도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로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동서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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