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몇 해 전 부산에서 연안 크루즈 사업을 준비하던 A씨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부산에서는 유람선이 특정 구간을 벗어나 운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미포에서 오륙도를 오가는 해운대 유람선, 태종대 앞바다를 도는 영도 유람선이 전부였다. 부산의 아름다운 야경과 해안을 감상할 수 있는 연안 유람선 도입이 절실했지만 부산시는 선박 통항 안전을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강국 한국에서 해양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최근 해양레저관광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본격 시행된 ‘해양레저관광진흥법’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 왔던 낡은 규제들을 완화하고 해양관광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해양레저관광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관광시장에서 해양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여기에 향후 30년간 연평균 5.7% 성장해 약 5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해양관광은 관광산업에 있어 ‘유전’으로 불릴 만큼 큰 가치를 지녔다.
국내 해양관광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관광시장 소비 규모는 40조 943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36.8% 증가했다. 특히 부산이 6조 6709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전남(5조 5484억 원), 경남(5조 3950억 원) 순으로 높은 소비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해양레저관광진흥법 시행으로 ▲해양레저관광 기반 조성 사업 지원 ▲해양레저관광 상품 개발 ▲해양레저관광자원의 보호 및 관리 ▲민간 및 단체의 육성 지원 등이 가능해졌다. 이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양레저관광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어 다양한 해양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보다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글로벌 크루즈 산업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해양스포츠, 요트 투어, 해양 생태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한 체험형 관광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박람회 참가 등의 마케팅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해양관광 선진국들은 이미 다양한 온·오프라인을 통해 해양레저관광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관광산업은 ‘보이지 않는 무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적, 문화적 파급력이 크다. 그중 해양자원을 활용한 해양관광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또 다른 숨은 병기다. 해양레저관광의 활성화는 단순한 관광산업 발전을 넘어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지금이야말로 해양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해양레저관광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