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외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미 의회에서 발의됐다. 유타주 출신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또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에서 미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조선업 강국인 한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은 미·중 패권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은 압도적인 선박 수주 1위 국가다. 반면 미국 조선업은 존재조차 희미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는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수주물량은 중국에 뒤지지만 기술력은 으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두 나라가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미 조선업은 자국 기업에만 독점권을 주는 배타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존스법(1920년), 톨레프슨 수정법(1965년), 번스 수정법(1968년)은 미국 상선 또는 군함을 외국에서 건조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나 최근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미 국내 조선업체들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여기에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까지 통과되면 날개를 다는 격이다.
한국 방위산업은 자주포·전차 등 육상 무기에서 경쟁력이 검증됐고, 함정·잠수함 등 해상으로 점차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자”고 말했다. 산업 경쟁력은 물론 안보 측면을 고려할 때 정부와 정치권이 방위산업 지원을 아낄 이유가 없다. 한미 조선 동맹은 또한 ‘트럼프 관세’를 돌파할 협상 카드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