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금융감독원 현판(이데일리DB) |
|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 직원들은 해외대체투자에 대한 외부 전문가 강의를 한 마디 한 마디 귀에 담느라 열중했다. 미래에셋대우 대체투자본부 임원을 초청해 ‘글로벌 부동산 투자현황’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강의에는 금투검사국 7개팀 약 30여명이 참석했다. 금감원이 현직 증권사 임원을 초청해 특정 분야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업종에 관계없이 필요하다면 시장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강의에서 증권사가 글로벌 부동산 투자를 확대한 이유, 해외부동산 투자절차, 증권사의 해외 투자 리스크 해결 방안 등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이 이뤄졌다.
눈에 띄는 내용은 선진국 쏠림 현상 지적에 대해 증권사 입장에서 해외 시장의 리스크 해소 차원이라고 설명한 점이다. 가격이나 거래 측면에서 그나마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수익적인 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연기금과 보험사, 공제회가 투자 운용의 수단을 전통적인 채권에서 파생상품으로 바뀌었고 그 이후 대체투자로 또다시 변화하면서 금융투자 시장도 자연스레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어 발생하는 변화라고 했다.
금감원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한 것은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데다 관리감독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서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검사에 참여한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구조를 이해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금감원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강연 등을 준비한 이유일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평소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이러한 형태의 외부 초청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매섭게 규제의 칼을 휘두르던 금감원의 관리감독 행태에도 조금씩 변화의 기운이 일고 있다. 어리석은 규제는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중국 속언이 있다. 세대 교체를 지칭한다. 시장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규제도 좀 더 섬세해져야 한다. 시장을 이해하려는 금감원의 자그마한 노력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