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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구상은 2007년부터다. 송경옥 책임프로듀서를 만나면서 구체화했다. ‘내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서태지를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지금은 최고의 지지자다”(공연제작사 스포트라이트의 김민석 대표).
한국 대중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 서태지(44)의 음악과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가 만났다. 대본 제작만 6년, 추려서 7시간짜리로 만들어내는 데 다시 4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페스트’는 아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즈의 마법사’ 등 수많은 작품이 80쪽짜리 예닐곱 개의 대본으로 쓰였다가 버려졌다. 수많은 소설을 거쳐 서태지 음악에 속 담긴 저항과 연대의식을 이야기하는 데는 ‘페스트’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면서 대본화에 성공했다.
대략 9년여에 걸쳐 만든 일명 서태지 뮤지컬 ‘페스트’가 오는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슬픈 아픔’ ‘환상속의 그대’ ‘시대유감’ ‘너에게’ 등 서태지의 명곡 20여곡을 뮤지컬넘버로 재해석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마돈크라이’ ‘에드거 앨런 포’ 등을 작업했던 김성수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았다. 김민석 대표는 “서태지가 ‘FM비즈니스’와 ‘라이브아이’ 두곡을 정했고 여러 감독과 교류했지만 김성수 감독의 편곡을 마음에 들어했다. 이제는 김 감독이 한 거라면 무조건 좋아하고 환영한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음악을 변주해 스토리에 맞게 여기저기 배치하기보다는 스토리와 어떻게 매치시킬까에 중점을 뒀다. 창작자인 서태지 입장에선 자신의 세계관 확장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도록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서태지 음악은 매우 다양하게 편곡돼 새롭게 다가온다. 다만 배우 김다현·윤형렬·박은석·손호영 등의 캐스팅은 미스(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얇은 목소리의 신비로운 서태지 음악과 달리, 주역의 큰 몸집, 굵은 목소리, 손호영의 대중적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다는 게 일각의 뮤지컬계 이야기다. 논란을 잠재우려면 배우들의 몫이 크다. 음악에 비해 스토리의 개연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따르는 주크박스뮤지컬의 한계를 깨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한 뮤지컬평론가는 “스토리와 넘버, 배우연기의 합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며 “스타의 힘에 의존하는 대신 3박자를 고루 갖추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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