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득어려운 중국의 '귀걸이 간첩죄'...교민은 불안하다

  • 등록 2024-10-31 오전 5:00:00

    수정 2024-10-31 오전 5:00:00

중국 안후이성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이 간첩죄 혐의로 중국 검찰에 정식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현지 기업으로 옮겨간 직원으로, 반도체 정보를 빼돌린 혐의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안당국에 전격 체포돼 조사를 마친 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앞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간첩죄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반(反)간첩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이 법으로 한국인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현지 주재원이나 교민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의 신병처리 과정도 거친 편이었다. 국가안전부 수사관들이 이른 아침 갑자기 들이닥쳐 잠옷 차림으로 연행한 처사도 그렇거니와 당사자를 무려 다섯 달 동안이나 격리시키고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아직도 가족들과의 연락이 통제되고 있다니 지금껏 조사를 받으면서 기본 인권이 침해된 것은 아닌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은 법치국가로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답변했다지만 이러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찮다.

우리 대사관 측의 대응 조치도 탐탁스럽지 않다. 당사자가 연행되자 가족들이 베이징의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주지 관할인 상하이 총영사관을 연결해 주었고, 상하이 총영사관은 다시 베이징 대사관으로 업무를 이관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담당 영사가 배정되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니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듯하다. 더구나 당사자가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어도 필요한 약품을 전달하는 데도 애로를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 중인 반간첩법은 중국의 안보·국가이익과 밀접한 문서, 사진, 데이터 등의 촬영·저장·역외전송에 대해서도 폭넓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학생이나 관광객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외교 당국은 원만하고도 신속한 해결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각별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교민이나 주재원들도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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