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 부사장은 그룹내에서 두 형(김동관·김동원)에 비해 비교적 자산 규모가 작은 유통·호텔 사업을 맡은 만큼 향후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두고 외형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아워홈 인수 등 신사업 확장을 통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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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는 김 부사장이 그간 추진해왔던 신사업 M&A 행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건으로 꼽힌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아워홈의 최대 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지분율 38.56%), 구미현 회장(19.28%) 등의 지분 58.62%(1337만주)를 약 8700억원(자체 출자 25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아워홈 인수건은 김 부사장이 전면에서 이끌어 왔던 사안이다.
재계에선 김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기점으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유통사업의 영역을 빠르게 확장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룹의 에너지·방산 사업 등을 맡은 김동관 부회장, 금융을 전담하는 김동원 사장에 비해 김 부사장이 맡은 유통은 사업 특성상 비교적 규모가 작다. 때문에 김 부사장이 최근 사업 확장에 열을 내는 것도 향후에 있을 삼형제 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이 최근 발굴한 신사업들의 주요 키워드는 ‘F&B’와 ‘첨단기술’이다. 미국 3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 미국 로봇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9월 음료 제조업체 퓨어플러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음료 생산과 수출에 나섰고, 아이스크림 신사업(베러스쿱크리머리)을 위해 올해 경기도 포천에 공장을 설립키로 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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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사장은 김동관·김동원 두 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한화 3세로 불린다. 2017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4년간 한화그룹 밖에 있다가 2020년 한화에너지로 복귀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뛰어든 것도 늦은 편이다. 두 형이 한화그룹내 주력 계열사(에너지·금융)를 맡고 있는 만큼, 김 부사장 입장에선 차별화된 행보나 외형 불리기가 필요하다. 김 부사장이 최근 첨단기술 확장과 M&A에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유통 사업군을 맡은 이후, 전통적인 기존 유통시장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심취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런 고민이 로봇과 푸드테크 등으로 확장된 건데, 실제 지난해 미국 가전·IT박람회(CES)에 직접 가서 현장을 둘러봤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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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국가대표 승마선수 출신) 경험이 있는 만큼 특유의 친화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사내에서 직위 고하를 따지지 않고 사안별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사업비 추진 등에 있어 주니어 직급과도 즉시 면담하고 소통하는 식이다. 김 부사장의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과감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과거 삼형제 중 김 부사장이 자신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언급하는 등 깊은 애정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3세 경영이 점차 구체화되는 한화그룹 내에서 김 부사장은 두 형에 비견될만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경영능력까지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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