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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은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직전, 포기했다. 자신의 꿈이 아닌 ‘전태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장관보다, 국회의원보다 더 되고 싶었던 전태일재단 이사장직을 단념하게 만든 이유가 플랫폼공제회다.
서울 영등포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노총 건물 내 플랫폼공제회 사무실에서 김동만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나섰을 때 ‘정당 가입 금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동운동가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안을 수차례 거절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등에서 입당을 요청했지만, “조합원과의 약속”이라며 고사했다.
김 이사장은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 노동운동을 이용하는 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와의 선을 분명히 긋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국회 대신 선택한 곳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이다. 노동운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3년간 공단 이사장으로 일했고, 이후 평생 꿈이었던 전태일재단 이사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김 이사장은 “플랫폼노동자는 극심한 소득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구조 속에 살아간다”며 “건별 계약, 알고리즘 통제 등 모든 문제를 직접 보고 들으며 역할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플랫폼공제회는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목돈마련 응원사업, 건강검진 지원, 프리랜서 권익센터, 직무 교육, 이동노동자 쉼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 부천, 성남 등에서는 컨테이너형 간이 쉼터를 설치해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대리기사나 배달 라이더들이 새벽까지 쉴 곳 없이 일하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지자체와 협력해 이동이 용이한 전철역 인근에 쉼터를 늘리고 있는데, 서울은 규제와 민원 때문에 이동 쉼터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플랫폼공제회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모금으로 설립 재원을 마련했다. 노사공동 사회공헌기금재단과 노동조합, 기업들의 기부로 운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원 명단에는 플랫폼 기업이 없다. 정부 지원도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편성한 10억원의 지원예산마저 기획재정부가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김 이사장은 “노동공제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당사자들로부터 공제부금 납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재단 설립과 초기 사업 재원은 노동조합, 기업, 사회공헌재단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장으로서 기부 유치가 가장 큰 역할인데,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 이사장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플랫폼 노동자 법안(Platform Workers Bill)’을 예로 들며, 기업과 국가, 소비자가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법안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중앙적립기금을 통해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가 기금을 적립해 노동자의 노후, 주택자금, 의료비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동노동자 쉼터 확대, 다른 하나는 퇴직공제제도의 도입이다.
그는 “고정된 일터가 없는 노동자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인 쉼터는 그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퇴직금을 기대할 수 없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은퇴 후에도 살아갈 수 있도록 퇴직공제제도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만 플랫폼공제회 이사장은?
△한일은행 노조 쟁의부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플랫폼프리랜서공제회 초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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