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

고용보험 의무화시 소득세 등 700만원 추가 부담
연평균 소득 3500만원선..소득 신고시 20% 줄어
골프장, 캐디 직고용 난색…아웃소싱 대세될 듯
"캐디피 대신 월급 받고 근무하는 캐디도 나올 것"
  • 등록 2020-07-30 오전 5:30:00

    수정 2020-07-30 오전 5:30:00

골프장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전국민고용보험제’ 일환으로 내년부터 골프장 캐디(경기보조원)들도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대다수 캐디들은 고용보험 의무화에 부정적이다. 캐디피를 현금으로 받는 관행 덕에 그동안 내지 않았던 세금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골프장들은 캐디를 직원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고용을 보장받기도 쉽지 않아서다.

정부는 골프장 캐디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8일 입법 예고하고 내년 초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보험 의무화시 소득세 등 700만원 추가 부담

캐디는 골프장에서 근무하지만, 사실상 개인사업자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비용을 받고 각자 세금을 신고한다. 골프장은 영업장만 제공하는 형태다. 수입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캐디는 3만808명이다. 골프장이 500곳을 넘어서는 등 골프 대중화에 힘입어 2015년 2만5648명에서 5년새 5000명 이상 늘었다.연간 캐디피 규모는 지난 2018년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1881억원에 달했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이 추산한 캐디의 연평균 수입은 약 3432만원선다. 월 근무 회수를 22라운드로 가정하고, 1라운드마다 수입은 13만원씩으로 계산했다. 근무 회수와 골퍼들이 추가로 주는 ‘오버피’(일명 버디값) 등을 더하면 실제 수입은 이보다 더 많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과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료 산출을 위해 소득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소득세도 내야 한다.

골프소비자원은 소득의 3.3%를 사업소득세로 내야 하는 등 캐디가 별도 소속 없이 현행 개인사업자 형태로 소득을 신고하면 사업소득세(3.3%)와 4대 보험료 등으로 700만원 가량을 납부해야 하는 만큼 지금보다 20% 가량 실질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 소속 직원으로 월급을 받으며 골프장에 나가는 형태라면 세금과 4대 보험료 부담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법인측이 4대 보험료 중 절반 가량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A골프장 관계자는 “캐디의 수입은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어 실질적인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근무 일수 등에 따라 수입의 편차가 크고 캐디들도 자신들의 수입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고용보험 의무화를 크게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는 안정된 직장 생활을 원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골프장에 직접 고용되면 지금보다 근무시간은 늘어나고 소득은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프장 직고용 난색…아웃소싱 대세될 듯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고 해서 골프장이 캐디를 직접 고용하는 등의 고용안정을 보장받기 어렵다. 캐디들이 일하는 장소가 골프장이기는 하지만 골프장이 캐디를 직접 고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골프장 입장에선 캐디를 직접 고용할 경우 보험료, 세금 등 비용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직고용시 노조 결성 등으로 인해 노무관리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캐디를 골프장에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 소속 직원 신분으로 월급을 받고 골프장에 파견 나가는 형태다.

현재보다 소득은 감소하지만 투명하게 세금을 내고 고용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세금과 4대 보험료 부담이 캐디피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노캐디나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는 골프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캐디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캐디의 직접 고용을 꺼리는 골프장과 세금 부담을 덜고 싶은 캐디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아웃소싱 형태의 캐디 공급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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