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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17일 기준 174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1654억원을 넘어섰다. 2022년 743억원, 2023년 655억원에 불과했던 골드바 판매 실적은 지난해 두 배 넘게 뛰었고 올해는 1분기를 갓 지난 시점에서 연간 실적을 경신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골드바 수요 폭증으로 2월 중순부터 한 달여 간 일부 은행에서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달 들어 골드바 판매가 재개하면서 은행권은 올해 전체 판매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3357.4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맞물리면서 달러 약세와 함께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ICE 달러지수는 이날 99선 초반까지 밀리며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금값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차익 실현용 고금 매입 규모는 75억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16일까지 18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이달 말까지 매입 규모가 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어느 정도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IB 금값 추가 상승 전망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금값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 선물 가격 전망치를 기존 온스당 3300달러에서 3700달러로 상향했고 내년 중반에는 4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 역시 연말까지 금값이 35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금에 대한 단기 추격 매수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미 금값이 역사적 고점 수준에 이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있으나 중간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물 금은 보관·거래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있기 때문에 장기 보유 목적인 경우와 단기 차익실현 목적을 명확히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디지털 금 투자 상품, 예컨대 골드 ETF나 금 선물 ETF 등은 분할 매수·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파생형 ETF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