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는 떠올리기 싫겠지만 4년 반이 더 지난 지금도 김 전 원내대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도중 전화기를 든 채 질렀다는 분노의 목소리는 필자의 기억에 또렷하다. 가덕도신공항 검증 용역 예산 20억원 증액을 둘러싸고 같은 당 소속의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과 의원들 간 입씨름 현장에서 나왔던 험한 말을 두고 하는 얘기다.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쫓기고 있었다.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놓고 김해신공항 확장 건의 취소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덕도신공항에 매달린 민주당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험악해진 민심을 딛고 이듬해 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가덕도신공항의 그림을 꼭 보여줘야 한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공항 건설 의지를 화끈하게 각인시키려면 예산은 물론 관련법 제정 등 모든 작업을 초스피드로 서둘러야 하는데 관료들이 절차를 따지며 굼뜨게 나오다니...
김 원내대표의 불호령은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급발진 신호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수일 후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확장 백지화를 발표하고 2021년 2월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경제성, 안전성,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정부 내 반대 목소리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4·7 보궐선거전에 돌입하자 생색내기 경쟁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난공사, 대역사는 정치인들의 입과 머리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숙련된 기술 인력의 경험과 실력, 도전을 두려워 않는 기업인들의 투지가 없다면 이들의 호언장담은 한 조각 꿈에 불과하다. 대선 이 시작되자 후보들은 또 큼지막한 공약을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표 계산을 앞세워 밀어붙인 사업의 민낯을 우리는 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의 꿈이 희망 고문으로 끝나서는 안 되지만 안전을 희생해서는 더 안 된다. 공기 준수라는 목표 아래 공사를 강행하다 많은 인명 피해와 손실을 초래한 부끄러운 사례가 우리에겐 너무도 많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