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전체 인구의 20%가 만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올 들어 신탁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이 중 ‘종합재산신탁’은 신탁자에게 다양한 자산 관리 선택지를 제공해, 부모·자신 간 상속·증여 관련 갈등을 최소화하는 등 노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신탁 시장에서 종합재산신탁의 비중은 미미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를 도입, 기존 종합재산신탁 시장 규모의 약 1300배에 달하는 새 시장이 열리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은행들은 물론 신탁에 미온적이었던 보험사들도 속속 관련 시장에 뛰어들며 올 한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디자인=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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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신탁사(은행·증권·보험·부동산)의 신탁 수탁고는 1376조 474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신탁 수탁고는 △2020년 1039조 702억원 △2021년 1164조 9617억원 △2022년 1223조 819억원 △2023년 1309조 4784억원 △2024년 1376조 4742억원 등으로 32.5%(연평균 7.3%) 증가했다. 이 중 종합재산신탁 잔고는 같은기간 5078억원에서 6831억원으로 34.5% 늘었지만, 전체 신탁 시장에서의 비중은 0.05%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시행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도입하며, 신탁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대상인 사망보험금 규모는 총 882조 2406억원(2024년 9월 잔액 기준·금감원 자료)에 달한다. 특히 종합재산신탁 라이센스가 있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 5개 보험사의 사망보험금 규모가 전체 60%인 527조 9220억원이다.
현재 보험사가 신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탁고 기준 1.95%(26조 8957억원·2024년 말)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탁 시장을 현재 규모 대비 최대 1.6배 이상 확대할 수 있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을 열리면서, 기존 강자인 은행과 도전자인 보험사 간 경쟁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에선 월 생활비는 보장하며 나머지 재산은 자녀 등에게 상속할 수 있는 신탁이 일반화돼 있다”며 “신탁 활성화를 위해선 수탁 자산의 범위를 늘리고, 세제 혜택도 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