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원료 부국들까지 최근 SAF 시장 선점에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가 SAF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유달리 환경 보호 윤리가 강해서가 아니다. 막대한 경제적 기회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추격자’의 입장에서 민·관이 위기감을 갖고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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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SAF의 경제적인 부분만 살펴보자. SAF는 미래 신시장 창출과 에너지 안보 강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SAF는 단순히 친환경 항공유를 도입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생성형 AI가 여러 산업 분야에 영향을 끼치듯, SAF도 항공·정유·화학·자원 재활용·바이오 산업 전반에 거대한 새로운 가치 사슬을 형성한다. 폐식용유, 동식물성 유지, 농업폐기물, 목질계 바이오매스(Biomass) 등 다양한 원료 공급망이 필요하므로 자원 재활용 및 바이오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폐자원을 수거·정제하는 산업도 활성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세조류 배양이나 폐플라스틱 재활용 같은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R&D) 인력도 양성할 수 있다.
외화도 벌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丸紅)사에 국산 SAF를 공급하며 최초 SAF 수출을 성사시켰다. SAF 생산 기반을 갖추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국제시장에서 새로운 수출 동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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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R&D·세제혜택·장기 로드맵…산·학·연 합심해야
우리나라가 SAF 선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원료 확보 체계 구축이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유기성 폐자원 수거 체계를 강화하고 바이오매스 수입선을 다변화해 안정적인 SAF 원료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내 원료만으로는 SAF 수요를 거의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동남아 등 해외 원료 조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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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기술 혁신 및 신 원료 개발이다. 폐식용유 기반의 1세대 SAF 생산 기술을 넘어, 비식용 작물, 도시 폐기물, 합성연료 등 새로운 원료와 공정 기술에 대한 R&D를 강화해야 한다.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해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해 한국형 SAF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한다. 국제 인증·표준도 중요하다. SAF를 생산하더라도 국제 품질·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만 실제 항공기에 사용되고 수출될 수 있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SAF 보급 목표를 상향하고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2027년 1% 의무화로는 글로벌 추세에 한참 못 미친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5%, 2035년까지 20% 등 명확한 보급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초기 SAF 가격이 기존 연료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세제 혜택, 보조금, 탄소 크레딧 부여 등 과감한 인센티브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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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SAF는 우리 후대에 물려줄 환경을 지키는 행위로도 의미가 크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초대형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은 이륙 중량 중 연료 무게만 40%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요구량이 막대하다.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삶을 멈출 수 없다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쯤은 후대를 위해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