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지속가능항공연료' 걸음마 수준…전기차 손 놓는 격"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SAF 골든타임'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항공유 수출 세계 1위지만 SAF 개발·보급 크게 뒤처져
1위 내연기관차 회사가 전기차 개발 손 놓고 있는 셈
미·일·EU 및 동남아 국가들 SAF 시장 전략적 선점 나서
단순 친환경화 아닌 거대 신산업 밸류체인 창출할 것
  • 등록 2025-04-24 오전 5:30:01

    수정 2025-04-24 오전 5:30:01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만약 내연기관차는 세계 1등인데 전기차는 걸음마 단계인 완성차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미래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세계 항공유 수출 1위 국가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중심으로 재편될 미래 항공·정유 산업에서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원료 부국들까지 최근 SAF 시장 선점에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가 SAF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유달리 환경 보호 윤리가 강해서가 아니다. 막대한 경제적 기회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추격자’의 입장에서 민·관이 위기감을 갖고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022년 대한항공이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화물기 시범 운항을 위해 급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SAF, 정유·화학·바이오 새 먹거리 가치사슬 형성

우선 SAF의 경제적인 부분만 살펴보자. SAF는 미래 신시장 창출과 에너지 안보 강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SAF는 단순히 친환경 항공유를 도입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생성형 AI가 여러 산업 분야에 영향을 끼치듯, SAF도 항공·정유·화학·자원 재활용·바이오 산업 전반에 거대한 새로운 가치 사슬을 형성한다. 폐식용유, 동식물성 유지, 농업폐기물, 목질계 바이오매스(Biomass) 등 다양한 원료 공급망이 필요하므로 자원 재활용 및 바이오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폐자원을 수거·정제하는 산업도 활성화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세조류 배양이나 폐플라스틱 재활용 같은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R&D) 인력도 양성할 수 있다.

외화도 벌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丸紅)사에 국산 SAF를 공급하며 최초 SAF 수출을 성사시켰다. SAF 생산 기반을 갖추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국제시장에서 새로운 수출 동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하지만, 한국의 SAF 개발·도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주요 선진국들이 2020년대 중반부터 SAF 의무 혼합을 도입했지만 우리 정부는 2027년에야 국제선 항공유에 1% SAF 혼합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2023년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으로 비로소 정유공장에서 석유 대체연료로 SAF를 제조·판매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갖춰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업 가동 중인 국내 SAF 전용 생산설비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2022년 대한항공(003490) 화물기를 대상으로 한 SAF 2% 혼합 연료 시험비행이 있었고, 현재 몇몇 항공사들이 국산 SAF를 투입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상용 노선에 투입할 충분한 SAF 공급 인프라와 물량이 확보되지 않았기에 우리 항공사들도 본격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원료·R&D·세제혜택·장기 로드맵…산·학·연 합심해야

우리나라가 SAF 선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원료 확보 체계 구축이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유기성 폐자원 수거 체계를 강화하고 바이오매스 수입선을 다변화해 안정적인 SAF 원료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내 원료만으로는 SAF 수요를 거의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동남아 등 해외 원료 조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를 위해 정유사와 무역상사들이 해외에서 폐식용유·팜(Palm) 부산물 등을 확보하거나, 국제적인 원료 비축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한다. 동시에 미세조류 배양, 폐자원 가스화 등 2·3세대 연료원 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원료 기반을 확장하는 R&D에도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 정유 설비 전환 및 투자 확대다. 기존 정유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전용 SAF 생산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정유사들은 낡은 석유 정제설비를 바이오연료 전용 공정으로 개조하거나 신규 증설해 SAF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간에 투자를 유도하려면 세액공제와 금융지원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세 번째, 기술 혁신 및 신 원료 개발이다. 폐식용유 기반의 1세대 SAF 생산 기술을 넘어, 비식용 작물, 도시 폐기물, 합성연료 등 새로운 원료와 공정 기술에 대한 R&D를 강화해야 한다.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해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해 한국형 SAF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한다. 국제 인증·표준도 중요하다. SAF를 생산하더라도 국제 품질·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만 실제 항공기에 사용되고 수출될 수 있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SAF 보급 목표를 상향하고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2027년 1% 의무화로는 글로벌 추세에 한참 못 미친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5%, 2035년까지 20% 등 명확한 보급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초기 SAF 가격이 기존 연료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세제 혜택, 보조금, 탄소 크레딧 부여 등 과감한 인센티브도 절실하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글로벌 IT 기업들이 AI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한 발 뒤처진 우리는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다가올 ‘SAF 이코노미’ 시대에 미리 준비해야 주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정유 및 유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

무엇보다 SAF는 우리 후대에 물려줄 환경을 지키는 행위로도 의미가 크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초대형 여객기인 에어버스 A380은 이륙 중량 중 연료 무게만 40%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요구량이 막대하다.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삶을 멈출 수 없다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쯤은 후대를 위해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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