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장] 최근 환경부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5대 권역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물 관리 일원화 이후 최초로 수립한 전국 단위의 종합계획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가뭄과 홍수라는 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을 담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물 부족 전망치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는 물 수급 분석 방식을 정교화하고 이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한편 산업단지 등 신규 용수 수요도 반영했다. 그 결과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는 경우 연간 약 7억 4000만 톤(t)의 물이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과거의 전망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2021년 수립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장래 물 부족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 2022~2023년 광주·전남 지역은 최장 227일간 가뭄을 겪었고 주암댐 저수율은 20%까지 떨어졌다. 광주광역시는 제한급수 직전까지 갔으며 여수·광양 국가산단은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계획하면서 물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충주댐, 소양강댐 등 지난 수십 년간 산업과 경제를 떠받쳐 온 주요 댐들의 가용 물량은 거의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이번 계획이 제시한 물 부족 전망은 보다 현실에 가까운 분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계획은 물 부족에 대한 전망뿐 아니라 기후대응댐을 포함한 다양한 해법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기후대응댐이 주목받으며 마치 댐 건설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비치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는 댐 외 대책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수 저감을 통한 유수율 제고, 절수설비 보급 등 물 수요관리 방안을 비롯해 발전용 댐의 활용, 하수 재이용, 해수 담수화, 지하수 개발 등의 대체 수자원 확보를 포함한 다양한 이수(利水)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댐 외의 대책으로 전체 물 부족의 82%를 해소하고 기후대응댐으로 나머지 18%를 보완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에서 제시한 물 부족량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후변화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보수적 시나리오에 기반한 결과다. 오히려 기후변화로 향후 강우의 국지화와 집중화가 심화하면서 가뭄이 더 자주, 더 극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물 부족량은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에는 가뭄, 홍수 등 물 관리 문제에 기후변화 영향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연구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2050년께 북극 빙하가 소멸하고 신규 항로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현실로, 그 중심에는 물로 인한 재해의 위험성 증가라는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댐 건설은 준공까지 최소 1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장기 과제다. 이번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수립을 계기로 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주민협의체 구성 등 충분한 소통을 기반으로 적기에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