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노사공포럼 상임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이 대표는 한국노동연구원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삼성경제연구소 상근고문 등을 지낸 원로 노동경제학자다. 이 대표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제시했다.
|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데 누구는 높은 임금과 좋은 복지,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받고, 다른 누구는 낮은 임금에 고용 불안정까지 겪는다면 노동시장 활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그 자리에 최대한 머무르려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다른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회 이동 가능성, 즉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이동을 단념하고 구직마저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에 대해 ‘하청의 사용자성’을 부여함으로써 원·하청 간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고(2조), 사용자가 위법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때 노조·노동자 배상 책임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한 점(3조)이 골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기업별 중심으로 노사관계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노조법 2·3조 개정은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중심의 노사관계에선 현실적으로 단체교섭이 특히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 대표는 “노동시장 공정성을 위해 동일노동 공정임금을 강하게 집행해야 한다”며 “하청 노임단가를 깎을 경우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노동법뿐 아니라 경제법까지 가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
이 대표는 50만명에 이르는 ‘쉬었음’(구직단념) 청년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직활동을 하든 배우고자 한다면 한 달에 100만원을 지급해서라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지적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회와 단절한 청년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지게 되고 경제 전반으로도 악영향을 미질 것이므로, 쉬었음 청년 문제에서 적극적 노동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쉬었음 청년 대상의 정책 중 국민들이 알 만한 게 뭐가 있느냐”며 “쉬었음 청년들이 ‘밖으로 나가보자’고 생각할 정도의 포인트가 정책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한 근로시간 문제에 대해선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면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의 근로시간 문제는 장시간근무와 경직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고, 선(先)단축 후(後)유연화보다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 유연화 후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 4.5일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획일적 규제가 아니라 산업별이나 기업별로 일정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운영하게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대표는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법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의 전형적인 노동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노동자 성격을 가진 사용자, 사용자 성격을 지닌 노동자같은 제3의 유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의 노동조합 체계나 노사관계법으로 모두를 보호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원덕 노사공포럼 상임대표는…
△1951년 경북 경주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학·석사 △보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1980년) △한국노동연구원장(2000년)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2004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2008년) △경사노위 미래세대특위 위원장(2024년) △노사공포럼 상임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