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간에 ‘한반도 책략’ 시작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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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21 오전 6:00:00

    수정 2017-04-21 오전 6:00:00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가 새로운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느냐 하는 역사인식이 그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근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언급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다. 시 주석의 왜곡된 역사관도 문제지만, 그런 내용을 여과없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중국과 한반도(Korea) 역사에 대해 말했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라는 내용으로 미뤄 두 사람이 북핵 해법을 논의하면서 과거 중국과 한국의 역사 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 주석이 주로 말했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듣는 쪽이었을 것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아 이런 얘기를 꺼낸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한국 문제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받으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 온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내용의 ‘동북공정’ 의도를 다시 드러낸 듯한 느낌이다. 한반도 역사를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이후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일관되게 독립국가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협력관계였다. 중국과 전쟁을 치르기도 했지만 을지문덕과 연개소문 장군은 각각 수·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계속 감행할 경우 현 김정은 체제를 물리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들이세운다는 구상이 미·중 간에 논의됐을 법도 하다. 그럴 경우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에 대해 시 주석 발언의 사실관계 확인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미 강대국들 사이에 ‘한반도 책략’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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