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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에게 중요한 것은 지역 경계 아닌 ‘경험’
이 차이는 인구 감소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 따르면 지역인구 1명 감소로 줄어든 소비지출을 관광객 유치로 보완하려면 연간 숙박 여행객 18명과 당일 여행객 55명 수준의 추가 유입이 필요하다. 지역 관광의 핵심은 단순히 관광객을 많이 부르는 일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물고 더 넓게 이동하며 더 다양하게 소비하도록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계 없는 관광 ‘보더리스 투어리즘’(Borderless Tourism)의 필요성이 커진다. 관광객이 어느 지자체 안에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하루의 여정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소비가 권역 안에서 얼마나 순환하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개별 기초지자체가 각자 관광객을 붙잡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행정구역은 예산을 세우고 사업을 집행하는 기준일 수는 있지만, 관광객이 체감하는 목적지의 범위는 아니다. 관광객에게 중요한 것은 경계가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이동이 편한지, 콘텐츠가 이어지는지, 예약과 결제가 쉬운지가 더 중요하다. 정책이 행정권역 안에만 이뤄지고, 안내와 교통, 할인, 홍보 등을 각기 실행하는 방식으로는 관광객의 경험은 곳곳에서 끊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흐름도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권역형 DMO’를 신설했다. 권역형 DMO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연계해 권역 단위 관광 거버넌스를 구축·운영하는 조직이 대상이다. 올해는 KTX 교통축 중심의 평창·횡성·강릉·동해, 웰니스 테마의 옥천·보은·영동이 선정돼 인구 감소 등 공동 현안에 대응하는 지역 간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보더리스 투어리즘’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물론 연계의 필요성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실천의 깊이다. 많은 지역이 협약식을 열고 공동 홍보물을 만들지만, 실제 관광객의 동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브랜드 이름은 하나인데 예약은 따로 해야 하고, 교통은 연결되지 않으며, 할인 혜택은 행정구역마다 다르다. 공동사업을 한다고 말하지만, 성과는 각자의 계산기로 따진다. 이런 방식으로는 관광객의 하루를 붙잡을 수 없다. 보더리스 투어리즘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연대가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 브랜드보다 공동 동선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관광객은 슬로건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교통이 편하고, 정보가 통합되어 있으며, 예약과 결제가 쉬울 때 움직인다. 공동 패스, 순환 교통, 통합 안내, 연계 예약, 권역형 추천 코스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관광객이 행정 경계를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비로소 권역은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거버넌스는 선언이 아니라 책임 구조가 되어야 한다. 광역 관광은 일회성 협약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자체, 관광재단, 민간사업자, 교통 운영기관, 지역대학, 주민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상설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예산을 따로 써 사업을 따로 만들고 성과를 따로 평가하는 구조로는 권역형 관광이 뿌리내리기 어렵다. 공동 기획, 공동 운영, 공동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인구 감소 시대의 관광은 더 이상 각자도생 전략으로 충분하지 않다. 행정권역 안에서 관광객을 붙잡겠다는 발상은 관광객의 실제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 앞으로의 지역 관광은 행정의 칸막이가 아니라 관광객의 하루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관광의 새로운 지도는 더 높은 담장 위에 그려지지 않는다. 경계를 낮추고, 자원을 나누며, 이동을 잇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보더리스 투어리즘의 시대, 살아남는 지역은 가장 많은 명소를 가진 지역이 아니다. 주변과 가장 잘 연결되고, 관광객의 하루를 가장 매끄럽게 완성해 주는 지역이다. 인구 감소 시대의 관광정책이 향해야 할 길도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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