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5년 전 이맘때였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처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아직도 상흔이 남아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억을 되짚어 보면 글로벌 위기 직전 세계 경제는 기대감에 들떠 있는 상태였다.
당시 세계 경기는 호황 그 자체였다. 바닥을 치는 모기지에 부동산은 치솟았다. 미국의 소비 경제에는 버블이 잔뜩 꼈다.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파생상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려의 목소리도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사람들은 미국의 경기가 좋지 않아도 이머징 시장이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믿었고 미래는 아름다웠다.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가 저술한 ‘이번엔 다르다’를 보면 지난 800년간 세계는 금융위기를 계속 겪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과열되고 고조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맹신이 있기 때문. 학자들과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 확신을 가지고 과열을 부추긴다. 결론을 정해놓고 이유를 찾는 것 만큼 쉬운 일도 없다. 눈먼 돈들 모두 한탕 벌어보자며 상승장에 베팅을 한다.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경제가 불황의 문으로 들어서거나 지수가 요동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한국 증시가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연말까지 2300은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다. 인도나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유출된 자금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한국으로 유입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지만 자금 유출입 규모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또 그동안 우리 증시가 PER 9배 수준으로 저평가됐던 만큼,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 다르다’고 확신하기엔 영 불안하다. 2000까지 올라간 후 늘 튕겨 나오던 경험 탓만은 아니다. 차트 밖 세계 경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변수와 시리아 문제, EU 경제의 불확실성과 일부 국가들의 부채, 중국의 저성장과 일본 경기의 변동성 모두 지난 달 이 맘때와 바뀌지 않았다. 상대적 매력에 기대 ‘우리는, 또 이번엔 다르다’라고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의 매수세를 보며 상승 추이를 함께 탈 수는 있다. 그러나 가슴 벅찬 희망가만 소리 높여 불러선 안 된다. 다가올 조정기간을 마음 한켠에 담아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