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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대용 송승현 기자] 그간 국내 법률서비스시장에선 소속 변호사 수와 매출 규모 등을 따져 로펌 순위를 매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소속 변호사가 수백명 쯤은 돼야 법조계 안팎에서 대형 로펌으로 불릴 수 있다. 재벌그룹 총수를 비롯해 정·관계 고위 관료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연루된 사건들이 이들 대형 로펌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대형 로펌보다 이름이 더 자주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타는 곳이 있다. `최근 핫한 주요 사건들은 다 모인다`는 평을 듣는 엘케이비(LKB)앤파트너스다.
정경심, 이재명, 김은경…주요 사건 도맡아 변호하는 LKB
LKB 형사팀은 최근 3개월 간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 관련 의혹 사건에서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를 맡고 있다.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변호하면서 굵직한 형사 사건들을 도맡고 있다.
LKB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배경에 우선 `의뢰인과의 인간적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친(親)여권 관계자들 위주의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것 아니냐는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의 시선에 대해서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LKB는 사건을 수임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도 LKB는 지난 박근혜 정부 `화이트 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별칭은 `형사무죄팀`…자부심·자신감 반영
LKB 내에선 형사팀은 `형사무죄팀`으로 불린다. 그동안 쌓은 성과에서 묻어나는 자부심과 자신감의 방증이다.
최근 현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은경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심사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얻어냈다. 김 전 장관은 영장심사를 앞두고 LKB의 설립자이자 `왕대표`인 이광범(60·13기) 대표변호사에게 직접 변호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심리로 진행 중인 1심에서 LKB는 이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9명의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고 있다.
비단 유명 인사들 사건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형사 사건에서 거둔 성과가 유명인들 사건 못지 않다는 것은 또 다른 자부심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어느 경찰관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김 대표변호사는 “이승엽(47·27기) 변호사와 같이 맡은 사건 중에 현직 경찰관 한 명이 마약사범이랑 얽혀서 뇌물과 직무유기 등 8개 혐의로 기소가 된 건이 있었다”면서 “이 변호사가 맡아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1심에서 일부 유죄로 실형이 선고됐고, 그 후 2심에서 함께 힘을 모아 공소사실 전체 무죄를 받았고 결국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 확정을 받았다”고 했다.
형사팀 주축 중 한 명인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 변호사는 “하나가 무죄가 되면 우르르 무죄가 되는 사건이 아니라 (공소사실이) 제각각인 사건이었다”며 “돈을 줬다고 하는 사람과 경찰관의 동선을 분석해 서로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을 비롯해서 당시 전화가 오간 순서와 문자 메시지 내용 등을 다 분석해서 밝혔고 결국 전부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고법 부장판사로 3년을 근무하는 동안 형사 재판을 맡았던 김 대표변호사도 공소사실 8개가 전부 무죄로 결론 난 사건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이 분의 소원이 경찰관을 계속하는 것인데 일부라도 유죄가 나올 경우 직위를 잃는 수밖에 없었다”며 “요즘도 가끔씩 만나 소주 한 잔씩하는 사이가 됐을 정도로 정말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