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수북`…구둣방 대목, 이젠 손님 없이 '황망'[응답하라 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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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둣방 수천개서 이젠 725곳만 남아
과거 명절 특수 누렸지만…지금은 2시에나 영업 개시
“좁은 구둣방에서는 영업도 어려워”
"배운 게 이거밖에…되든 안 되는 앉아 있는거죠"
  • 등록 2025-10-08 오전 10:40:41

    수정 2025-10-08 오전 10:40:41

90년대만 해도 명절 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제기차기를 하거나, 목욕탕을 가거나 하는 모습들이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문화들이 이를 대체하면서 많은 풍경들이 변했습니다. 명절을 맞아 조금은 희미해진 추억을 다시 꺼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가로 2.8m, 세로 1.6m, 불과 1.36평 남짓한 공간. 서울 곳곳에 남은 구둣방의 현실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725개소가 운영 중이지만, 2016년 1117개소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여전히 수백 곳이 남아 있지만, 손님이 없어 하루 종일 개시조차 못하는 곳도 많다. 벽에는 신발 깔창부터 열쇠, 인감도장까지 빼곡히 걸려 있지만 손님이 없어 정작 신발이 있어야 할 바닥은 텅 비어 있다.
노량진 한 구두수선집에 구둣방을 접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현재 수습기자)
1990년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명절이면 구두가 수북이 쌓였고, 신발을 닦고 고치느라 수선공들의 손이 쉴 틈이 없었다. 특히 귀성하기 전 신발을 닦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동대문구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술집에 있는 손님들 신발을 전부 걷어놓은 후 닦고 있으면, 다들 술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오늘날 2평이 채 안 되는 구둣방으로는 영업이 어렵다. 많은 고객을 잡으려면 다양한 주문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성수동에서 건물 한켠을 빌려 넓은 장소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한 장인은 100여 개의 구두틀과 각종 가죽을 갖춰두고, 사이즈를 늘리거나 단화를 슬리퍼로 바꾸는 등 리폼까지 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이 수선소를 방문한 50대 여성은 구두 발등에 스트랩을 덧대는 작업을 맡기며 5만원을 냈다. 해당 수선소에서 근무하는 김모(48)씨는 “차라리 새 신발을 만드는 게 쉽다고 할 만큼 리폼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신발마다 다르지만 수선료도 몇십만원 나오는 게 많다”고 했다. 거리의 구둣방이 한 주문당 1만 5000원을 받는 것과는 딴판이다.

그렇다고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리의 구둣방들이 문을 닫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들 대부분이 영세한 상인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순자산 보유액이 4억 5000만원 미만인 사람한테만 구둣방 허가를 내준다. 이들 대부분이 가진 재산이 턱없이 적다는 의미다. 박스조차 서울시 소유라 그만두면 가진 것도 없다. 몇십년 전 구두박스가 온전히 자신의 재산일 적에는 웃돈을 주고 사고팔기도 했지만, 시청·구청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부터 떠나면 사실상 빈손이다.

입지 조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최영묵 씨는 오랫동안 성수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자리를 지킨 최영묵 씨는 2023년 서울시의 요구로 박스를 옮겼다. 최씨는 “오후 6시만 되면 성수역에 사람이 많이 몰리니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면서도 “하지만 옮긴 후에는 장사가 예전같지 않아 영업시간을 30분 더 늘렸다”고 했다.

결국 이들이 그만두는 이유는 ‘어쩔 수 없어서’다. 노량진에서는 40년간 일해온 수선공은 건강 문제로 일을 접으며 “그동안 수선가게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떠났다. 현장의 수선공들은 대부분 60~80대. 다른 일을 새로 배우기엔 늦었고, 마땅히 옮겨갈 일자리도 없다.

“배운 게 이거밖에 없어요. 몇십년째 하면서 주위의 상가도 비어가는데, 이걸 접고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고. 되든 안 되든 앉아만 있는 거죠.”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박스 안에 앉아 있는 거리의 수선공들은 그저 지나가는 이들의 신발만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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