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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방송사 공채 기상캐스터가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며 “프리랜서 근로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또한 동료 프리랜서이기에 회사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갈 수도 있다”며 “오늘날 노동 구조가 더욱 복잡해지며, 단순히 ‘갑을 관계’의 괴롭힘을 넘어 ‘을과 을’ 혹은 ‘을과 병’ 사이에서도 갈등과 괴롭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안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은 MBC나 사용자 측을 질타하기에 앞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근로자의 고충을 외면해 온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프리랜서 근로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직장에서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속히 가이드라인과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MBC도 공익성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도 책임이 큰 만큼 이번 임시 국회에서 여야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프리랜서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행복해야 할 직장을 지옥으로 만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추방하고, 청년과 모든 사회적 약자가 다시는 부당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씨의 사망을 두고 MBC차별없는노조는 지난 6일 “이번 비극이 발생한 데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괴롭히는 구조를 공고히 하고 이를 ‘을끼리의 싸움’이라고 방관한 MBC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MBC가 최근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MBC 차별없는노조는 진상조사위에 대해 “비정규직 경험이 없는 인사들로만 꾸려진 조사위가 사건의 진위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진상조사 결과가 ‘비정규직끼리 갑질에서 발생한 개인 간의 비극’이라고 선 긋기 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되기도 했던 오 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 캐스터로 뽑힌 뒤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다음 해에는 tvN ‘유 위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는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족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것으로 보이는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인과 동기인 금채림을 제외한 MBC 기상캐스터 박하명, 김가영, 최아리, 이현승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고인을 두고 “완전 미친 X이다. 단톡방 나가자”, “몸에서 냄새난다. XX도 가지가지”, “또X이”, “(‘더 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우리가 피해자” 등의 발언을 하는 모습이 공개돼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