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위안부 문제, 새 출구가 필요하다

  • 등록 2017-05-18 오전 6:00:00

    수정 2017-05-18 오전 6:00:00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냉각 상태다. 특히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갈등이 더욱 격화하면서 안보·경제 분야 협력마저 꽉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인 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어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셔틀 외교’ 부활 등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에 새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상황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2015년 12월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라는 뇌관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범죄 인정이나 공식 사죄 없이 위안부 지원재단에 기금 10억엔을 출연하는 것이 당시 합의 골자다. 그럼에도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고 규정해 일방적이고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조차 “너무 서두른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할 정도다.

국제사회도 부정적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최근 당시 합의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등이 충분하지 않다”며 한·일 양국에 개정을 권고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아베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국민 감정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감안한 조치였다.

하지만 일본은 ‘또 골대를 옮기려는 것이냐’며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길 기대한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한 게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유엔 고문방지위의 개정 권고에도 “한·일 합의는 준수돼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가 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걸 알면서도 덮고 갈 수는 없다. 지난 합의로는 양국 관계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 특사가 제시한 위안부 동원 강제성 인정과 진정한 사죄를 포함한 ‘제3의 길’은 주목할 만하다. ‘파기’나 ‘재협상’이 아니면서도 서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위안부 문제는 이제 출구를 찾을 때가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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