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란 테헤란 북서부 샤흐란의 유류저장소에서 15일 불길이 치솟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과 이란은 상호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이 이례적인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으며, 이란 측은 해당 공격이 자국 핵시설을 타격했고 고위 지휘관들이 “순교”했으며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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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오는 15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예정돼 있던 제6차 미국-이란 간 비공식 핵협상이 돌연 취소됐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협상이 좌초된 것이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15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일요일로 예정된 미-이란 간 협상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만은 미-이란 핵 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6차 핵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시한으로 정했던 두 달여가 끝나는 가운데, 이뤄지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주목받았다. 미국은 전력 생산 등 민간 용도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 활동을 비롯해 모든 우라늄 농축 중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란은 핵무기 개발은 포기할 수 있으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전날 이란 핵시설과 군 지휘부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공습으로 핵 과학자들과 지휘관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암묵적 동의를 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은 사실상 끝이 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틀랜틱 카운슬의 특별 연구원이며, 과거에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다니엘 B. 샤피로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농축을 중단시키는 외교적 해법의 꿈은 이제 사실상 끝났다”며 “이란은 오히려 핵무장을 향해 전력 질주할 가능성이 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지 여부를 결정할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일요일 협상이 취소된 것이 맞다”고 확인하면서도 “미국은 협상에 대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미-이란 간 비공식 접촉은 오만과 카타르 등의 중재로 비공개로 이어져 왔다. 양측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간접 협상을 벌여왔으나, 이번 공습 이후 협상 재개 시점은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