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門 열어 달라는 文의 애타는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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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1-28 오전 6:00:00

    수정 2020-01-28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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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북한 관람객들이 한국 가요를 따라부르는 모습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방 줄담배를 피우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난 2018년 4월이었다.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3년 만에 이뤄진 우리 예술단의 방북 공연에서 김정은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의 문화 유입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고, 체제보장에 대한 위기감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아마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했던 ‘북한 정권은 군사적 조치보다 정보의 힘에 의해 붕괴할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은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는데, 그중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며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15일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신변안전 보장을 전제로 한 북한 지역 개별관광’ 문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정부가 빠르게 북한 개별관광 이슈를 여론화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창의적 해법’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남북협력부터 시작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꼬인 매듭을 풀자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관광 산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경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육성 중인 분야이기도 하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관광객의 신변 안전보장을 해줄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8년 금강산 중단을 촉발한 박왕자 씨 사망 사건 이후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었다. 신변안전 조치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 답변이 없다면 북한 개별관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관광은 평화로 가는 여권’이라는 말이 있다. 관광이 가진 힘은 단순한 교류에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배우면서 이해하게 되면 굳게 닫힌 평화의 문도 열린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그만큼 남북교류에 있어 관광의 역할은 크다. 다만 우리 정부의 조바심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무모한 정치적 도박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관광은 남북 간 충분한 신뢰를 쌓은 이후에나 추진해야 한다. 현재로선 우리 정부가 북한관광을 내세울 만한 아무런 명분이 없다. 북한은 우리 국민의 안전한 관광을 위한 보장은커녕 문 대통령의 애타는 손짓에도 아무런 호응조차 없는 상태다. 여물지 않은 과일은 배탈을 부를 뿐이다. 성급한 북한관광 추진은 ‘제2의 박왕자 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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