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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정비업계 따르면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화를 기치로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택 구입시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출규제를 내놓으면서, 이주비 대출 역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주비 대출이란 재개발·재건축로 살던 집을 비워야 하는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안정적으로 임시거처를 구할 수 있도록 조합과 금융기관이 협의해 빌려주는 돈을 일컫는다. 조합원 개인별로 기존 집(종전자산)의 감정가액 또는 대출평가액의 50%(LTV 50%)까지 ‘기본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며, 여기에 정비사업 시공사가 추가로 LTV 50~10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조합에 지원하기도 한다.
다만 정부가 이같은 규제의 대상에 기본 이주비만 포함하고 추가 이주비는 제외키로 하면서 사실상 당초 목표한 주택구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사용할 있는 이주비는 이번 규제 대상인 기본 이주비가 아닌 규제에서 제외된 추가 이주비라는 점에서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기본 이주비 대출은 대출기간 추가주택을 구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실행되며, 대출기간 내 추가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대출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해야만 한다. 반면 시공사가 지원하는 추가 이주비로는 이같은 제약 없이 추가주택 구입에 활용할 수 있다.
즉 정부의 이번 이주비 대출 한도 제한은 사실상 이미 주택구입에 사용할 수 없는 기본 이주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단 얘기다. 가령 종전자산의 감정가액이 20억원인 조합원은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지 않고도 추가 이주비로 최대 30억원(LTV 150% 적용시)까지 빌려 다른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있는 셈이다.
이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추가 이주비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비 대출시 건설사 자체 신용으로 하는 경우가 있어 신용 보강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장부상에는 부채 형식으로 잡히게 돼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당초 규제 취지인 주택구입 등 투기는 막지 못하고 오히려 조합과 건설사의 부담을 키워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졸속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주비의 개념과 실제 활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서둘러 대출규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과 용산 등 사업성 좋은 정비사업은 그래도 가겠지만, 이미 사업성이 애매한 지역 정비사업엔 분명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