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기류 빠진 한미 관세협상, 국익 지키기 최선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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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9-15 오전 5:00:00

    수정 2025-09-15 오전 5:00:00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협의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미국으로 건너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서 타결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나흘 만인 어제 귀국했으나 협의에 진전이 있었는지 여부도 밝히지 못했다. 사실상 빈손 귀국이다. 정부는 미국에 체류 중인 실무 협상단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국이 지난 7월 30일 관세협상을 큰 틀에서 타결한 지 한 달 보름이나 지났다. 그럼에도 이렇게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이유는 미국이 우리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계속하는 데 있다. 러트닉 장관은 11일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일본 모델을 수용하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한국을 공개 압박했다. 일본은 지난 7월 23일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미 투자 펀드 수익을 원본 회수 전까지 50%, 이후에는 10%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미국에 귀속시키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면서 관세협상을 마무리했다.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불평등 조약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 여건이 다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어서 대외 투자나 결제에 필요하면 자국 통화를 찍어내 사용하면 되지만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외환보유액도 일본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우리에게 일본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대미 투자 전액을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현금으로 대겠다고 약속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러려면 우리는 대미 투자 펀드 3500억달러를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까지 남은 3년여의 짧은 기간 안에 모두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조달해야 한다. 이는 불가능에 가깝고, 무리해서 그렇게 하려다가는 외환위기를 자초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일본과 우리의 다른 점들을 부각해 미국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그중 태반은 협상 전술이라고 봐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지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끈기를 발휘해 국익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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