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달 일해도 퇴직금’법, 부작용 제대로 따져 봤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 달 이상 일하기만 하면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퇴직금을 주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일명 한 달 퇴직금법)에 대해 최근 반대 입장을 공식으로 국회에 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이 근로자 보호에 치우친 나머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산업 현장에 미칠 충격을 정치권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인 셈이다.
경총의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퇴직금은 후불임금이자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보상 성격을 갖는 것인데 1년 미만 근로자에게까지 공로보상을 강제하는 것은 산업현장에 정착돼온 신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째다. 1년 미만의 기간은 본격적인 실무 투입을 위한 교육 훈련 등 기업의 인적자본 투자기간에 해당하는데 이런 여건의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잦은 이직은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인력 관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경총의 또 다른 우려는 이 법안이 중소 영세사업장의 부담 가중과 함께 오히려 고용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 경총은 법안에 따라 늘어날 퇴직금 지급 대상이 628만 명에 달하고 기업의 추가 부담은 연간 7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 코로나 위기와 최저임금 급등으로 “장사 못하겠다”는 볼멘소리가 가득한 상황에서 ‘한 달 퇴직금법’이 시행되면 배달·홀 서빙 등 단기 일자리를 대체해 온 무인화, 기계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도 한정애 의원 등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냈다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는데 이번에 이 의원 등이 다시 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손잡았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의 정책 연대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정말 있다면 법안은 철회해야 옳다. 오죽하면 환경노동위 심사안건으로 회부된 뒤 관련 소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총이 서둘러 반대의견을 냈는지 넓은 시야로 경총의 속내를 헤아려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