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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혼란을 단순한 법 해석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노동조합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산업혁명기의 노동 현실을 다시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1842년 영국 아동고용위원회 보고서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 있다. ‘아이들은 마치 개처럼 사슬이나 가죽 줄에 묶인 채 석탄 수레를 끌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속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투쟁은 생존의 문제였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을 보호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오늘 노동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현대의 노동자는 더 이상 단순한 임금 노동자가 아니다. 국내에서만 약 500만 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상당수 노조원 역시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다.
이제 노동자는 기업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동시에 기업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주주이기도 하다. 노동과 자본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동 제도는 여전히 19세기식 대립 구조 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대표성의 크기가 아니라 대표성의 범위다. 일부 현장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를 “우리 몫을 줄이는 문제”로 받아들이며 반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그 비용이 납품단가 인하나 외주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다.
갈등의 전선은 기술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현대차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 투입 계획을 밝히자 노동조합은 “노사 합의 없이는 로봇 한 대도 들여올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개정 노조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을 교섭의 대상으로 열어주면서 나타난 장면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그러나 기술 도입 자체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이 된다면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는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법은 책임의 범위를 넓혔지만 권한과 책임의 경계는 안갯속에 남아 있다.
다수의 하청 노조가 동시에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기업은 교섭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에서 강제된 교섭은 결국 법적 분쟁의 확대와 국민 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는 노사정이 함께 전체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한 상생의 모델이었다. 대기업 노동자의 이해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조건을 함께 개선하려는 공동체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조법 개정은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시도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외부노동시장에 있는 다수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동조합이 조직된 노동의 이해를 넘어 전체 노동시장의 균형을 고민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노란봉투법 이후의 노동시장은 교섭의 장이 아니라 분쟁의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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