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앱 심의, 음란물만 잡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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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1-10-23 오후 2:24:45

    수정 2011-10-23 오후 2:24:45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심의기관은 사실상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예산과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지인 김 모씨에게 최근 들은 얘기다. 그는 예전에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방송광고 심의 업무를 맡았었다.(현재 이 기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이관돼 있다) “광고주가 누구냐에 따라 심의 결과가 판이합니다. 실례로 한미 FTA에 대해 시민단체가 제작한 반대 광고는 통과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홍보성 광고는 바로 전파를 탔어요.”

방통심의위가 지난 20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관련 전담 심의부서인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직제 개편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오는 12월부터는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인터넷 게시판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모바일 여론을 장악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팟캐스트(애플 스마트폰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가 정부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뒷 얘기도 나온다.

논란이 일자 방통심의위는 “이전부터 수행해 오던 업무를 보다 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직제를 개편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원래 하던 모바일 음란물 관련 심의를 더 잘 하려는 의지로 볼 수도 있지만 유해 앱이 요즘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다. 지난 해 10월 방통심의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 장터 내 음란물 유통 비율은 전체 앱의 0.3%에 불과하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앱과 SNS만 들여다 보는 인력이 10여명 가량 생기게 된다. 심의 대상은 ▲헌정질서 위반 ▲범죄, 기타 법령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국제 평화질서 위반 등이다.

이들이 일차적으로는 음란물이나 폭력물 등 유해 앱 단속에 나서겠지만 어느 순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심의 대상에 올려 놓을 가능성도 크다. 방통심의위는 KT 등 인터넷 망 사업자를 통해 문제가 된 게시물의 URL 접속을 즉시 차단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거슬리는 의견을 단칼에 자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오비이락(烏飛梨落)라고 말하지만 곧이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의 기관은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인 김씨의 얘기가 빈말이 될지 아닐지, 방통심의위의 행보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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