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자격없다", 오후엔 '부탁해요"...지역구 민원실된 총리 청문회

재보충질의 시간 받아 "지역구 민원 살펴달라"
접경지역 경제특구·제3현충원 조기착공 등
  • 등록 2017-05-26 오전 7:52:06

    수정 2017-05-26 오전 7:52:06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재산신고가 허위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법 위반이다”(오전)

“(지역구에) 조기착공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오후)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21분까지 진행됐다. 시간만 놓고 보면 송곳 검증을 넘어 현미경 검증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낮과 밤은 달랐다. 오전 질의에서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두고 공방을 벌이던 여야 의원들이 오후 추가질의 시간에 한목소리로 지역구 민원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부터 공세를 퍼부었다. 이 후보자의 자료제출이 부실하다며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었다. 야당 A 의원은 재산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 시절 재산신고를 허위로 한 의혹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몰아부쳤다. 이 후보자의 자산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며 자질검증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B 의원은 60여개의 질문지를 뽑아와 이 후보자의 국가관과 주요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개헌에 대한 의견, 대통령과의 관계정립, 김영란법 개선방안, 지방분권 등을 물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위기가 바뀐건 재보충질의 때부터였다. 서로 대립하던 여야 의원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았다. 경기도 북부지역을 지역구로 둔 A 의원은 “보훈가족 중 75세 이상 고령자가 5만명 이상”이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의원은 “보훈처에서 제일 먼저 중점 추진과제로 제3국립현충원을 연천 지역에 추진해달라”며 “후보자님께서 조기에 착공될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부탁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도 민원을 제기했다.

역시 경기 북부가 지역구인 B 의원은 “총리후보자께서는 남쪽 끝에 계신분인데 분단된 조국의 북쪽 끝에 제가 있다”며 “접경지역은 분단으로 인한 피해를 60년 이상 받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적 보상을 반드시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은 “접경지역에 통일경제 특구가 입주돼야한다는 우리들의 소망이 있다”며 “총리가 되시면 신경 써주시고 배려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오후 8시를 넘은 상황에서 청문위원들의 지역구 민원이 제기되자 한 의원실 보좌진 입에서는 “청문회인지 야간민원실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일반적으로 인사청문회는 주질의와 보충질의를 진행하고, 위원장이 각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 후 추가 질문이 없을 때까지 추가 질의를 한다. 각 청문위원들이 후보자에 대한 질문을 대부분 마쳤음에도 추가 질의시간을 받아 ‘민원접수’에 사용한 셈이다. 후보자 검증이라는 청문회 취지를 무색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한 청문위원은 “후보자 검증이 아직 하루도 안끝났기 때문에 (인준안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성실하게 답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인식에도 후보자 신분인 인사청문회 대상자에게 민원을 내는건 철저한 검증보다는 무난한 통과에 무게를 둔 행동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청문 대상자에게 아직 후보자 신분임을 잊지말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지역구 사정을 살펴달라고 하는건 후보자를 사실상 총리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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