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금융시장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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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등록 2025-06-30 오전 5:00:00

    수정 2025-06-30 오전 5:57:43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 출범으로 퇴직연금 개혁에도 기대가 쏠린다. 알다시피 퇴직연금 개혁은 해묵은 과제다. 저성장·저금리 경제로 진입한 10여 전부터 낮은 수익률과 가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금형 도입과 가입 의무화가 정책 의제로 올랐고 정부도 이를 추진해 왔다. 답은 정해졌는데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져 10여 년이 흘렀다.

도입 지연의 피해는 온전히 근로자의 몫이 됐다. 10년 장기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연금자산의 실질가치는 줄어들었다. 경제는 선진국인데 근로자를 위한 연금제도라고 이름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다. 개혁 지연으로 잃어버린 10년의 근로자 기회손실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임금 체불도 심각하다. 임금 체불이 작년에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고 지난 10여 년간 매년 1조원 이상 발생했다. 이 중 약 40%가 퇴직금 체불이다. 10년 전 예정대로 퇴직연금을 의무화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억울함이다. 연금 체불의 싹을 없애고 퇴직급여 수익률을 2~3%p 더 높여주는 퇴직연금 개혁이야말로 재정투입 없는 최고의 근로복지정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분명한 정책 의지와 설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자가 관건이다. 적립금이 100조원이던 10년 전에도 설득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400조원을 넘었다. 이해관계는 복잡해졌고 영향력은 커졌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근로자보다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 개혁은 오로지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근로자 중심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후불임금이 연금자산인 만큼 운용제도 개선 역시 근로자의 최대이익원칙이 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다. 연금사업자가 계약형을 선호한다면 수익률 관점에서 더 좋다는 것을 경쟁과정에서 입증하거나 기금형을 능가하는 다른 수익률 제고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사용자도 후불임금 체불이 늘어나는 상황을 의무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제시하면 된다.

둘째, 근로자의 행동경제학적 행태 편의도 설득해야 한다. 우리 퇴직연금은 설사 가입 의무화가 이뤄지더라도 임금성으로 인해 사적연금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적립금의 운용 및 연금화와 관련해 근로자의 선택권 및 행태 편의와 너지(nudge·자연스럽게 이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정책 간에 노후소득보장 관점의 조화가 불가피하다. 사적연금이 발달한 미국, 영국 등은 임금의 일부를 이연(이연임금)해 보험료를 낸다는 점에서 근로자 선택권을 존중하지만 자동가입제도, 근로자 운용권을 제한하는 디폴트옵션, 중도인출제한, 연금화 등 노후보장제도로서 연금제도 설계의 관점을 강하게 반영해 장기적립과 노후소득화를 준강제하고 있다. 노후소득보장체계라는 큰 틀 속에서 퇴직연금 너지정책이 오로지 근로자의 장기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충분히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의무화, 연금화, 디폴트옵션 등을 기금형 제도 틀 속에서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으로 일원화 역시 근로자에게 절대 불리하지 않다. 퇴직연금도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직금제도의 맹점인 임금 체불 같은 수급권 불안도 없다.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퇴직금보다 절대적으로 좋은 제도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제대로 된 퇴직연금 개혁 청사진을 가지고 이해관계자와 근로자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 개혁이 국가적으로 왜 중요한지, 근로자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고 이해관계자가 받을 수 있는 충격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래서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퍼즐을 맞추며 제도화 할지 설득해야 한다.

퇴직연금 개혁으로 노후보장체계를 어느 정도 확충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퇴직연금 개혁이 미래의 고령자 소비정책이며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경제성장전략이란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에게는 구체적으로 실제 어느 정도 편익이 생기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국가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수익률 사례를 굳이 인용하지 않고도 도입 이후 6%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퇴직연기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수탁자책임에 충실한 연금자산 운용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조화하며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 주는지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기대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개혁의 청사진과 로드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의 대형화와 벤처투자 등 몇몇 퍼즐 조각만 확인되고 있다. 벤처투자도 어떤 적립금 운용체계 아래서 허용하는가에 따라 근로자에게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형화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도의 단순 합이나 점유율 확대 방식의 대형화는 지난 20년간의 관행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부 주도로 대형화를 추구하는 영국이나 시장 주도로 대형화를 이룬 호주의 사례는 전문운용체계를 갖춘 기금형의 대형화임을 유의하자.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지금은 2%대 수익률과 체불 위험에 노출된 전체 근로자들이 수탁자책임이 온전히 작동하는 기금형 지배구조의 이점을 누리도록 제도를 도입하는 게 우선이다. 근로자를 위한 퇴직연금개혁의 큰 그림과 로드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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