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여동생을 상대로 낸 소송 때문에 졸지에 집에서 쫓겨난 그는, 자신이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이 집행은 명백히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확신했다.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을 참지 못한 그는 결국 바뀐 자물쇠를 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빼앗긴 자신의 보금자리를 되찾기 위한,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다르게 판단했다. 그는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라는 낯선 죄명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단은 그의 항소와 상고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사건의 내막을 깊이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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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집에 딸 C씨만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C씨의 오빠인 A씨 역시 그 집의 엄연한 거주자였다. 그는 단순히 동생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아니었다. 주택의 별채에 자신만의 독립된 방을 두고 개인 짐들을 보관해왔으며, 심지어 주택의 공과금 고지서도 자신의 이름으로 받아 납부하고 있었다. 이는 그가 동생의 점유에 부수적인 존재, 즉 ‘점유보조자’가 아니라, 그 자신만의 독립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공동점유자’였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제기한 소송의 피고는 오직 동생 C씨 한 명이었고, 판결문 어디에도 A씨의 이름은 없었다.
1심 법원은 판결에서 A씨의 주장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독립적인 점유자라는 점, 따라서 그를 상대로 한 집행권원 없이 이루어진 강제집행은 절차적으로 ‘위법’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는 무죄 선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은 이 지점을 유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법원의 핵심 논리는 ‘절차적 안정성’이었다.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법원의 강제집행은, 설령 그 과정에 일부 위법하거나 부당한 점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이 적법한 불복 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은 일단 유효하게 지속된다는 것이다. 즉, 집행이 위법하다는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그 효력을 마음대로 부정하고 집행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단 강제집행이 완료되어 아버지 B씨에게로 점유가 넘어간 이상, 그 점유는 설령 위법한 집행을 통해 취득된 것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법적 구제 절차가 개시되기 전까지는 법의 보호를 받는 안정된 상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와 권리 다툼이 일상인 한국 사회에서 이 사건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분쟁과 관련된 모든 점유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당사자로 특정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법원의 결정에 억울함을 느끼는 당사자라면, 물리적 저항이 아닌 정해진 불복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만 한다. 이 판결은 아무리 내 주장이 정의롭다고 믿더라도, 절차를 무시한 ‘나 홀로 정의’를 실현하다가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경고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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