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遊客)의 방문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동남아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요즘 서울 명동 일대에서 중국인들의 왁자지껄한 대화가 거의 사라진 반면 말투와 피부가 구분되는 다른 동양인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 광경이 그 결과다. 비록 그 규모에 있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도 유커의 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이 된다.
우선 동남아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의 경우 홍콩 관광객은 전년 대비 65% 급증했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관광객도 50% 가까이 늘어났다는 게 한국관광공사의 집계 결과다. 중국 관광객이 56만 5000명으로 전체의 46.3%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남아 국가의 방문객 비율도 25%로 나타났다. 일본 관광객도 1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 |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전면 중단한 지난 15일 경복궁(오른쪽)과 중단 전인 지난 3일 모습. 이날 유커들의 깃발 대신 동남아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더 띄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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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떠나서도 앞으로 정책적으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유대를 더욱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교역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중국에 너무 일방적으로 의존해 무역·관광시장 전략을 마련해 온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장이 큰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유커 방문 단속조치로 관광 경기에 타격을 입었던 대만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대만도 동남아 쪽으로 눈길을 돌려 곤경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이른바 ‘신(新)남향정책’이 그것이다. 대만도 중국의 보복조치로 관광 분야 피해가 작지 않았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 이래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라며 일련의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동남아 관광객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적용했던 방문 특례규정을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슬림 관광객 유치 노력도 요구된다. 다양한 초청행사와 여행박람회를 개최하고 관광안내 표지판을 다국어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이번 홍역을 값진 경험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