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한땐 꿈꾸는 청춘이었지 <한밤의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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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4-16 오전 7:57:09

    수정 2015-04-16 오전 7:57:09

엄마도 한땐 꿈꾸는 청춘이었지 <한밤의 세레나데>
순대국집을 꾸려가며 억척스럽게 딸 하나를 키워 온 엄마 박정자는 방에 틀어박혀 기타나 치고 있는 딸이 못마땅하다. 대학까지 보내놨지만 일정한 직장도 없고 '도나츠나 튀기는 놈'을 남자친구라고 좋아하는 꼴도 보기 싫다.

엄마가 맘에 안 드는 건 딸 박지선도 마찬가지다. 제법 고정 청취자도 있는 인터넷 방송 '한밤의 세레나데'를 진행하며 사연과 노래를 나누고 있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매번 받아내기가 지긋지긋하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애증의 모녀 관계. 하지만 어느 날 번쩍, 박지선의 몸에 전기가 통한 후 웃음도 수줍음도 많은 20대 엄마가 자신의 옆에 나타나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유쾌하고도 뭉클한 감동을 실은 타임머신이다. 문득 엄마, 아빠의 20대 청춘 시절에 떨어진 박지선은 그들의 언니, 친구가 되어 그간 알지 못했던 부모의 꿈과 사랑을 눈앞에 마주하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 건, 젊음이 언제나 젊음이 아니고 부모가 언제나 어른이 아니었으며, 억척스런 부모의 모습이 실은 각자의 푸른 꿈과 애틋한 사랑을 고단한 세상살이 속 자식을 위하는 마음 속에 편입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2006년 초연 후 인기리에 재연을 이어갔으며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고 있는 이 작품은, 어쩌면 공연계에 '7080 바람'을 불러온 선두작으로 볼 수 있다. 미래 박지선의 부모가 되는 박정자, 박봉팔이 가수의 꿈을 키우며 노래하는 음악다방 '쎄시봉' 하며, 극중 아련히 울려 퍼지는 7, 80년대 추억의 노래들, 그리고 허벅지를 꽉 조여 퍼져 내려오는 청 나팔바지와 한껏 부풀어 올려 빗은 헤어스타일 등은 그 시절의 향수를 진하게 불러 일으킨다.

순대국집 아줌마 박정자 역의 유정민을 보노라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식구를 찾아서> 등에서 빼어나게 노역을 선사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모습은 여전했으며 청순했던 젊은 박정자로서도 차지게 인물을 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갖 구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딸 박지선 역의 김영옥, 멀티맨으로 웃음 제조기 역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성현 등 초연 신화의 주역들이 무대를 채우고 있는 것에 믿음을 실어도 좋다.

또한 실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문혜원, <심야식당>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에서 맛깔진 캐릭터로 활약해온 차청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무대를 누벼온 이명행의 촌스럽고도 과장된 로맨티스트 변신, 남다른 코믹 감각의 소유자 최호중, 박태성 등 새로운 배우들의 매력도 유쾌하고도 아련하게 작품을 이어나가는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평소에 친구, 애인,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즐겨 봤다면 이번에는 부디 엄마의 손을 잡고 극장으로 가보자. 실컷 웃다 콧잔등이 시큰해져 새삼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워질 수도 있으나 공연이 끝난 후 극장 문을 나설 땐 그 누구보다 엄마와의 사이가 애틋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스토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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