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쿠팡 미국 본사(Coupang Inc.)가 4년 만에 분기 최대 손실을 기록하면서 한국법인이 쌓아둔 3조6000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 향방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대규모 배당으로 본사에 자금을 수혈한 직후 수익성이 꺾였다는 점에서 추가 배당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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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 미국법인의 연결 기준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법인인 쿠팡 주식회사의 이익잉여금 처분 전략이 올 한 해 재무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한국법인은 오랜 적자 끝에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고 지난해 3조50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확보하며 첫 배당에 나섰다. 배당 규모는 1조46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쿠팡 미국법인이 배당 직후인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35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불거진 3370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일회성 보상 비용과 물류 네트워크의 일시적인 비효율성 등이 겹친 결과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1분기 적자에도 쿠팡 한국법인의 배당 여력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조9104억원으로 전년(5조7713억원) 대비 1조1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1조5922억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유형자산 취득)와 1조4659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집행하고도, 본업에서 창출한 4조6487억원의 영업 현금이 고스란히 쌓인 결과다.
주목할 점은 현금의 질이다. 금융상품에 묶여 있는 단기금융자산은 2024년 8843억원에서 지난해 2797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반면, 당장 활용 가능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전체 유동성의 96.1%를 차지한다. 총 유동성 규모만 7조1900억원에 달한다. 자산 매각이나 유동화 절차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즉각적인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한 구조다.
올해도 배당을 강행할 경우 본사의 유동성 확보와 글로벌 전략 추진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물류 인프라 고도화 등 재투자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잉여금과 현금이 국내 사업 기반 강화보다 해외 손실 보전에 우선 활용된다는 시각이 형성될 경우 국내 재투자 여력 축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배당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경우 한국법인은 3조원 이상의 이익잉여금과 풍부한 현금을 안전판으로 삼아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과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공세 등 경쟁 심화 국면에서 재무적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장점이다. 반면 본사의 자금 압박이 심화될 수 있고, 배당 중단을 계기로 FI들의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확장에 필요한 투자 집행 시기가 늦어지면서 대만 사업이나 파페치 정상화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누적된 잉여금과 현금이 글로벌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재원으로 쓰일지, 대내외 리스크를 버티는 완충재로 남을지는 쿠팡의 배당 정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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