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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데 대한 국민의 거리감은 오래됐다. 20여 년 전 환경부 조사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응답은 1%대에 그쳤다. 당시보다 수질이 크게 개선된 오늘날에도 정수기와 먹는샘물이 주요 음용 방식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질 개선이 곧바로 음용 습관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세대별 차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수돗물에 대한 만족도는 연령이 낮을수록 대체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음용 방식의 차이는 더 뚜렷하다. 60대 이상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또는 끓여 마신다는 응답이 56.0%였던 반면 20대 이하에서는 16.1%에 그쳤다. 수질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와 수돗물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이를 단순히 세대 성향의 차이로만 볼 일은 아니다.
여기서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수질은 꾸준히 좋아졌는데 음용률이 제자리라면 수질 개선만으로 국민의 신뢰까지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전한 물을 만드는 노력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국민이 수돗물의 안전성을 직접 확인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신뢰를 높이는 정책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
이런 요구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수돗물안심확인제’다. 시민이 신청하면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해 수도꼭지 수질을 무료로 검사하고 결과를 알려준다. 2024년 실태조사에서 이용자의 78.8%가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13.9%에 불과했다. 효과에 비해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신청 가구를 일일이 방문하는 방식만으로는 서비스를 넓히는 데 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아파트 단지나 일정 규모의 주거지역 단위로 ‘수질 안심인증’을 도입해 볼 수 있다. 배관과 급수 특성을 고려해 대표 가구의 수도꼭지 수질을 검사하고 기준을 충족하면 일정 기간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공개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정밀검사를 연계한다. 모든 가구를 보증하기보다 해당 지역의 급수 상태를 주민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좋은 수돗물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과제는 그 품질을 수도꼭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신뢰로 연결하는 일이다. 수돗물 정책의 목표도 ‘깨끗한 물’에서 ‘믿고 마시는 물’로 나아가야 한다. 수도꼭지를 틀어 망설임 없이 컵을 내미는 일상, 그것이 수돗물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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