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전락한 마스크 사업…"대란 노렸다가 낭패"

마스크 가격 폭락에 잇따라 마스크 계약 해지
마스크 사업 과열…제조사만 1134개사
작년 2월 6990만개→올해 1월 1억5780만개
"본업도 부진한데 수백억 투자했다가 낭패"
  • 등록 2021-01-11 오전 7:30:00

    수정 2021-01-11 오전 7:3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마스크 사업 진출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던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낭패를 보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품절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마스크 가격이 치솟자 신속히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너무 많은 기업이 뛰어든 탓에 마스크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이내 수백억원에 달하는 공급계약마저도 해지되고 있다. 일부 상장사는 수백억의 자금 조달을 통해 마스크 제조 공장까지 지었으나 현재는 본업 부진에 마스크 가격 폭락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마스크 대란 노렸다가 낭패…잇단 계약 해지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마스크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한 상장사는 소리바다(053110), 엑스큐어(070300), 한국화장품(123690), 비비안(002070), 세화아이엠씨(145210) 등 총 5곳이다.

지난달 31일 소리바다는 60억원 규모의 3중 부직포 일회용 마스크 판매 및 구매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9년 연결 매출액의 13.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계약은 지난 7월 와이제이코퍼레이션과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엠플러스에프엔씨와 3자 계약했으나 마스크 생산량 폭증, 생산·유통가격 폭락의 문제로 마스크 사업을 최종 해지하겠다고 통보받았다.

소리바다 관계자는 “와이제이코퍼레이션에 3중 부직포 일회용 마스크를 납품해 엠플러스에프엔씨에 공급할 예정이었다”며 “예정대로라면 지난 8월 7일 납품이 끝나야 할 상황이었으나, 지속적으로 발생한 지연 사유로 계약 기간 또한 수회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리바다는 최근 계약종료일을 앞두고 와이제이코퍼레이션 측에 납품 장소 통지와 대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엠플러스에프엔씨 측이 추가 구매 불가 의사를 밝혀 계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이외 마스크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한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화장품도 2019년 연결 매출액의 16.7%에 달하는 219억원 규모의 마스크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결국 해지 당했고, 비비안 또한 메디톡스와 204억원 규모(매출액의 10.2%)의 보건용 마스크 공급계약(KF94등급)이 해지됐다.

비비안 관계자는 “정부의 공적 마스크 시행으로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됐고 공적 마스크 종료 후에는 마스크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아무래도 마스크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단가가 떨어져 계약 선에서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도 “마스크 사업이 과열돼 있다 보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공급계약이 해지가 된 사항이다”고 전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마스크 제조업체 주단위 생산 동향을 보면 1월 1주 의약외품 마스크의 총생산량은 1억5780만개로 집계됐다. 대란이 일어났던 작년 2월에는 6990만개에 불과했다.

앞서 작년 3월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고 이후에는 마스크 수출을 중단하는 정책도 내놨다. 이에 5월에 마스크 총생산량은 1억개를 돌파했고 6월에는 1억2373만개까지 늘어났다.

7월에는 마스크 공적공급을 종료하면서 마스크는 공적 공급에서 시장 공급 체계로 바뀌었다. 이후 마스크 제조업체 허가 및 품목 수는 급격히 늘었다. 2020년 1월 마스크 제조업체는 137개사였으나 6월 238개사로 늘었고 1월 현재 1134개사에 달한다. 품목허가수도 작년 6월 1717품목에서 1월 현재 4047품목으로 늘었다.

이렇다 보니 마스크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KF94의 경우 온라인상 작년 2월 개당 4156원에서 3월 4525원까지 치솟았으나 7월에는 154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며 1월 현대 개당 687원이다.

문제는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점이 대부분 작년이라는 점이다. 소리바다의 경우 작년 2월에 마스크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세화아이엠씨도 마스크 등 의약외품 제조, 판매업을 작년 7월에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비비안의 경우 작년 6월에 마스크 사업 진출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65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고, 익산 국가산업단지 내 쌍방울 공장 유휴공간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3D·2D 마스크 설비 25대, 덴탈마스크 설비 5대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사업에 작년부터 뛰어들었던 기업들을 보면 본업 자체가 부진한 곳이 많다”며 “시각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나 문제가 되는 업체도 많다”고 지적했다.



◇ 본업 부진에 소송까지 이중고


실제 마스크 사업 낭패를 본 기업들은 본업마저도 부진하다.

마스크 사업에 수백억을 투자했던 비비안의 경우 작년 3분기 누적으로 약 3억7000만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비비안은 2019년에도 4억6500만원 규모의 연결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비비안은 2018년에는 4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으나 그전으로는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영업손실이 115억5000만원에 달하며 2018년 이후 영업적자(2018년 약 174억원, 2019년 약 75억원)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화장품을 비롯해 유통쪽 회사들이다 보니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오프라인에서 매출을 일으키기 어려워 마스크를 비롯해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바다의 경우 이번 공급계약 해지를 통해 소송까지 벌일 계획이다. 이번 계약의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마스크를 공급하는 소리바다가 수량을 확정하면, 납품을 받는 와이제이코퍼레이션은 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수령한 마스크를 공급받는 엠플러스에프엔씨에 납품 일주일 전 납품계획을 통보하기로 돼 있다.

또 납품계획을 통보받은 엠플러스에프엔씨는 10일 내로 물량을 수령하기로 돼 있다. 이러한 조항에 따라 소리바다는 와이제이코퍼레이션에 대해 물품대금청구의 소를, 엠플러스에프엔씨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리바다 관계자는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수요처의 요청에 의해 수차례 연기에 응했으나, 작년 연말까지 납품이 완료되지 못했다”며 “계약서 내용에 따라 법적인 절차를 통해 투자된 자금 회수와 기대 이익을 청구하겠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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