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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2006년이 되어서야 땅주인들의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건물 소유주와 땅 소유주가 뒤섞이는 기이한 구조가 완성되었다. ①땅 지분만 가진 이들(원고) ②건물만 가진 이들, 그리고 ③건물과 땅 지분을 함께 가진 이들(피고 대부분과 원고 일부)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결국 땅 지분만 가진 원고들이 건물 소유주인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신들이 우리 땅 위에 건물을 소유하면서 아무런 대가 없이 땅을 사용했으니, 이는 부당이득이다. 밀린 임대료를 달라.” 이것이 소송의 핵심이었다.
1심과 2심(원심) 법원의 판단은 비교적 단순했다. “피고들이 건물을 소유함으로써 원고들의 땅을 점유·사용한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건물 면적 비율에 따라 땅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피고 중 일부가 땅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나, 원고 중 일부 역시 건물 소유주라는 복잡한 사정은 부당이득액 산정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상식적으로 보면 타당해 보이는 결론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런 종류의 분쟁을 그렇게 단순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바로 ‘적정 대지지분’이라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집합건물에서 건물 소유자는 자신이 소유한 전유부분 면적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지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만약 건물 소유주가 이 ‘적정 대지지분’을 이미 갖고 있거나 그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면, 설령 다른 땅주인이 존재하더라도 그에게 땅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오직 이 적정 대지지분이 없거나 부족한(‘과소 대지지분’) 건물 소유주에게만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원심은 이러한 적정 대지지분 보유 여부를 전혀 따지지 않고, 모든 건물주에게 일괄적으로 책임을 물었으니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나아가 대법원은 복잡하게 얽힌 당사자들의 관계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땅주인 vs 건물주: 위에서 설명한 ‘적정 대지지분’ 법리가 적용된다. 건물주가 자기 몫의 땅 지분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건물주 겸 땅주인 vs 건물주 겸 땅주인: 이들 사이의 분쟁은 더 신중해야 한다. 애초에 건물을 분양받을 때부터 모두 대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면, 지분 비율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태도다. 모두가 대지 전체를 사용할 적법한 권원을 갖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은 “누가 누구에게, 어떤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는가?” 그리고 “피고인 건물주는 자기 몫의 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를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내린 원심판결이 잘못되었다고 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수십 년 묵은 복잡한 재산권 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물 소유주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거액의 땅 사용료를 물어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일부 해소시켜 주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큰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특히 집합건물법이 제정(1984년)되기 이전에 지어진 낡은 상가나 아파트에 투자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물 등기부등본만 보고 덜컥 계약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토지 등기부등본을 함께 확인하여 ‘대지권 미등기’ 여부나 내가 취득할 ‘대지권 비율’이 적정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겉보기엔 번듯한 내 상가가, 실은 법적 분쟁 시한폭탄을 품은 ‘남의 땅 위 건물’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듯, 저렴한 급매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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