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엘리베이터, 문 손잡이 등 여러 사람이 만져야 하는 시설에는 항균 필름이 필수적으로 붙어 있다. 업체 측은 항균필름이 구리로 제작돼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신중을 기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사용된 다수 항균 필름들은 대부분 ‘접촉성 항균 필름’이다. 구리 항균 필름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필름은 세균이 항균입자에 직접 접촉해야 항균 효과가 작용한다.
화학적으로 구리는 높은 순도로 포함될수록 불투명해지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재로 코팅된 필름은 대부분 투명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필름에 구리가 포함되었다고 해도 필름 속에 갇힌 항균 입자가 바이러스와 직접 접촉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균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더욱이 필름에 포함돼 있는 구리는 순도가 낮다.
구리의 살균 효과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등 미국 연구기관들은 실험을 통해 구리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골판지,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보다 빠르게 사멸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바이러스 사멸에 대한 이유까지는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구리 자체 살균력 보다 구리 금속 표면 특성이 바이러스 생존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했을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또 실험에 사용한 구리 금속과 실제 항균 필름에 들어가는 구리 이온의 특성이 다르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비춰볼 때 지난 2007년 허위광고로 제재를 받은 은나노 젖병과 유사한 사례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은나노 젖병은 플라스틱 속에 살균력이 있는 은나노 입자를 포함했지만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로 구리가 포함돼 효과가 있더라도 플라스틱으로 코팅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논란이 있었던 은나노 젖병과 유사한 허위·과장 광고 사례일 확률이 높다”며 “구리이온과 구리금속의 특성 자체가 다른 점, 플라스틱 소재로 코팅한 점, 구리이온을 실제 넣었다면 짙은 푸른색, 빨간색으로 불투명해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 | 항균필름은 구리이온을 넣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효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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