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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독자적 핵우산 보강이다. 얼마 전 트럼프의 ‘나토 탈퇴’ 위협으로 유럽에 대한 미 핵우산 철회 가능성이 거론되자 프랑스는 ‘핵탄두 탑재 전략 폭격기로 유럽에 핵우산 제공’ 카드로 응수했다. 하지만 그 속은 까맣게 타고 있다. 영국·프랑스는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핵탄두를 가졌지만, 핵우산의 필수 요소인 핵 보복공격용 투발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핵 투발 수단은 크게 적 인근 수중에서 발사해 요격(intercept) 가능 시간을 최소화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기권 밖에서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며 목표 타격 직전 변칙기동으로 요격을 회피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적 방공망 무력화 이후에야 실행력을 갖는 전략 폭격기로 구분할 수 있다. 그동안 유럽은 미국이 제공한 ICBM, SLBM에 만족한 나머지 이의 자국화를 게을리했고, 이는 미국이 나토 탈퇴를 위협해도 실행력 낮은 전략 폭격기로 핵우산을 펼쳐야만 하는 궁여지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유럽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독립’용 재무장 예산 8000유로(약 1238조 원) 중 상당액을 ‘핵우산 홀로서기’를 위한 탄도미사일 연료 및 요격 회피 기동 등 비행단계 기술 획득과 러시아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 구축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중량 정밀 탄도미사일 및 장거리지대공요격체게(L-SAM) 등 독자적인 미사일 다층방어 기술을 가진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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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방위산업 고유의 공급망도 견고히 해야 한다. 요즘 K-방산이 호황이지만, 모든 무기의 출발점인 화약(TNT)은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일부 국가가 포탄 생산설비를 늘려 탄약 부족의 공백을 메우며 이익 선점을 시도하지만, 이도 TNT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국은 화약의 핵심 원료인 질산면(니트로셀룰로스)을 거의 독점 생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미 뉴노멀이 된 미-중 전략경쟁의 흐름 속 안정적 공급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화약의 필수 불가결한 원료를 생산하는 튀르키예, 인도 등으로 빠르게 눈을 돌려야 한다.
비록 눈 앞에 펼쳐진 국제정치 현실은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진영과 중국 중심의 권위적 독재진영의 경쟁 속 어느 한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듯하지만, 그 속에서는 진영 내·외부를 넘나드는 경쟁과 협력의 축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그 속에서 우리의 가치를 부각하며 이익을 창출할 틈새 전략을 찾는다면, 호랑이 앞에서 정신 차리는 것을 넘어 그 등을 타고 빠르게 앞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