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문턱 낮다”…나스닥 노리는 기업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이르면 연내 시장 제도개선을 추진해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코스피 시장의 상장 폐지 시가총액 기준선은 50억원, 코스닥은 40억원이다. 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코스피 500억, 코스닥 300억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매출액 기준도 코스피 50억원, 코스닥 30억원에서 오는 2029년까지 각 300억, 100억원으로 높일 전망이다.
당국이 상장 기업 유지 요건을 손보기 시작하면서 향후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넘어야 할 문턱도 더 깐깐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일부 기업들 중에서는 전략적으로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사례가 느는 분위기다. 특히 매출액이 불안정하거나, 적자 규모가 상당한 기업일수록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같은 예외적 제도가 아니면 적자 기업의 증시 입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미국 나스닥은 매출이나 이익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의 기업 구조와 요건만 갖추면 상장이 가능하다. 현재 재무적 성과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증시 문턱을 열어주는 점도 이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오나 플랫폼, 신성장 분야 스타트업 등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유리한 경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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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스닥을 노리는 국내 기업 중 다수가 진입 문턱이 낮은 캐피탈 마켓으로 간다는 점이다. 캐피탈 마켓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도 높고, 상장 유지 요건 미충족 시 상장 폐지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시장이다. 실제 상장에 성공하고도 얼마 못 가 상장폐지 되거나, 장외 시장으로 넘어가는 곳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한류홀딩스와 피크바이오가 나스닥 캐피탈 마켓에 상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장폐지 되며 상당한 투자자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나스닥을 포함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글로벌 자금 유치의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법적·제도적 부담도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주주대표소송 제도가 활성화돼 있어, 공시 누락이나 오해 소지가 있는 기업 설명(IR) 행위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한국거래소가 보수적인 심사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떤 면에서는 이익을 내서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 상장 기업의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다. 아예 거래소 상장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기업들이 해외로 가겠다는 건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상장이 곧바로 기업 신뢰나 수익성을 담보하진 않는다. 시장 구조와 상장 유지 요건, 공시 책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