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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는 닉슨이 남긴 나쁜 유산 중 하나다. 최근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은 닉슨 집권기를 보는 듯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법무부의 형사 조사는 그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다. 연준 본부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의 위증 혐의를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금리 인하 속도에 불만을 품은 권력이 사법 기관을 동원해 중앙은행 수장의 목을 죄는 격이다. 벤 버냉키와 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연준 의장들은 물론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인 스콧 베선트까지 파월에 대한 수사에 반기를 들고 있다.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 또한 같은 맥락에서 우려스럽다. 과거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의 거주 목적 허위 기재 의혹, 즉 ‘대출 사기’ 혐의를 부각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연준 내부의 반대파를 숙청하겠다는 신호다. 연방준비법상 보장된 이사의 임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도덕적 흠집 내기를 해임의 ‘정당한 사유’로 활용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이 연준 의장으로 임명한 아서 번스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왜 중요한가를 행동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1970년부터 8년간 연준의 의사봉을 잡은 번스는 연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오명으로 남은 인물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정치권력 앞에 스스로 내려놓음으로써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기나긴 암흑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번스의 비극은 닉슨 대통령과의 끈끈한 사적 관계에서 잉태했다. 닉슨의 선거 캠프와 행정부에서 경제 자문역을 맡았던 그는 1970년 연준 의장에 임명된 후 국가의 경제 수장이 아닌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처럼 행동했다. 1972년 재선을 앞둔 닉슨은 번스에게 “선거 승리를 위해 실업률을 낮춰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번스는 당시 이미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돈을 푸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감행했다.
그의 과오는 비단 금리 결정에만 그치지 않았다. 번스는 자신의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적 눈속임을 시도했다. 그는 물가 폭등의 원인을 과잉 유동성이 아닌 유가 급등이나 기상 이변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높게 나오자 변동성이 큰 석유와 식료품 등을 임의로 제외한 지표를 내세우며 ‘진짜 물가는 안정적’라고 주장했다. 이는 현실을 왜곡해 긴축을 회피하려는 꼼수였으며 결과적으로 연준이 적기에 대응할 기회를 날려버리게 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1970년대 미국 증시는 줄곧 장기 횡보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번스가 연준 의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연평균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이 6.6%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70년대의 미국 주식은 구매력을 보전하지 못하면서 실질수익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던 셈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시장은 가장 먼저 등을 돌린다. 시장의 반란은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자본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무조건’ 금리를 내리는 중앙은행의 편에 서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관리하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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