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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총선 종료와 동시에 시작될 분양시장 성수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사실 총선 앞에는 관심사가 선거로 기울어져 분양 마케팅을 해봐야 별 효과를 얻기 힘들다. 봄 성수기가 시작됐는데도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 시기를 4월 중순 이후로 미루는 것은 이 때문이다.
GS건설·현대건설·포스코건설이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지구에 이달 내놓을 예정이던 2493가구 규모의 대단지 ‘원시티’ 아파트도 분양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뤘다. GS건설 관계자는 “아무래도 총선이 끝나야 시장 분위기가 살 것 같다”며 “총선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분양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총선 이후 분양시장 성수기인 4~5월 알짜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4~5월 전국에서 103개 사업장(9만 6176가구)이 분양 계획을 잡고 있다. 보통 계획 대비 실제 분양은 70%로, 이렇게 따져도 두 달간 6만 가구 이상이 시장에 쏟아지는 셈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올 상반기 분양시장은 공급 과잉 우려와 대출 심사 강화가 여전한 만큼 지역별 희비가 갈릴 것”이라며 “청약자는 지역·단지별 청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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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반분양분은 모두 저층이어서 분양가는 지난달 초 분양한 신반포자이(3.3㎡당 4457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포동 S공인 관계자는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보다 조합원 입주권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 높은 것 같다”며 “현재 전용면적 101㎡짜리 입주권 시세 11억~12억원에 분담금 3억원이 붙더라도 8월부터 입주하는 아크로리버파크 분양권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권에서는 올해 공급 과잉 논란을 빚은 용인·평택·화성 동탄신도시 등지의 분양 아파트 청약 결과가 관심사다. 용인에서는 4~5월 4285가구가 추가로 나오고, 평택에서도 4700여가구가 공급된다. 미분양 우려가 높은 화성 동탄2신도시에선 뉴스테이를 포함해 1만 1000가구 이상이 쏟아진다. 경기권은 지난해 아파트 공급 과잉 논란을 빚었지만 이후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소진 중이다. 지하철 등 교통 호재도 안고 있어서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내다보고 있다.
부산·대구 등 지방 광역시에 분양 대거 몰려
지난해 청약시장에서 최고 인기 지역으로 떠오른 부산 연제구에서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맞붙는다. GS건설은 내달 연제구 거제동 거제1구역을 재개발한 ‘거제 자이’ 아파트(전용면적 39~84㎡)를 공급한다. 이중 53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같은 시기 포스코건설도 연제구 연산동 연산2구역을 재개발한 ‘연산 더샵’ 1017가구(전용 39~129㎡) 중 549가구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두 단지 모두 부산지하철 3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인데다 일반 분양 물량도 비슷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파트 전셋값이 6년간 72%나 뛰면서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시에서도 두 단지가 동시 분양에 나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세종시 1-1생활권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세종3차’(전용 100~134㎡ 667가구)를 분양한다. 중흥토건도 세종시 3-3생활권에서 총 890가구 규모의 ‘중흥S클래스 에듀마크’(전용 84~125㎡ 890가구) 분양할 계획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로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조절하면서 같은 지역에서 맞붙은 단지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며 “비슷한 입지에 분양하더라도 단지 수·조망권·브랜드 등의 요인으로 준공 후 시세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청약 전에 현장이나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해 미리 정보를 꼼꼼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