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전쟁 휴전 합의 1단계 발효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부터 가자지구 전역에서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쟁 세력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 가자지구 전역에서 통제권 재확보에 나섰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FT는 한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하마스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로부터 원조와 무기 지원을 받은 지역 무장세력 두 곳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 | 이스라엘군이 병력을 철수한 이튿날인 10월11일(현지시간)팔레스타인들이 가자시티로 돌아가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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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에는 가자시티에서는 복면을 한 하마스 전투원들이 차량을 수색하며 무기를 찾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또 하마스의 옛 근거지인 칸유니스에서 지역 민병대와 협상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무기를 넘기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하마스 측 메시지도 게시됐다.
가자지구 다른 지역에서도 전쟁 중 혼란 속에 등장한 소규모 민병대들 간 산발적인 총격이 이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모든 경쟁 세력에 48시간 내 무기를 내려놓고 지도부를 항복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마스의 최대 경쟁 세력으로 라파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인민군(Popular Forces)’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추가 교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 민병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리는 라파 지역에 남아 우리 땅을 방어할 것”이라며 “가자지구를 떠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안보와 안정 강화를 책임지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BBC 방송도 이날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떠난 지역에 대한 통제를 재확인하기 위해 대원 약 7000명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또 새 지역 수장 5명을 임명했는데, 일부는 무장 대원들을 지휘하고 작전을 감독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하마스가 지난 2년간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드러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고 있는 ‘가자 평화 구상’ 후속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단계 합의의 핵심 의제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 치안의 국제 안정화군 이전이 될 전망인데 하마스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른 1단계 합의는 지난 10일 발효됐다. 하마스는 13일 정오까지 억류해온 이스라엘 인질을 20명 전원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200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오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20여개국이 참여하는 가자 휴전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