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도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원으로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당도 야당도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라며 세제개편안 처리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개편안에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그러자 개미 투자자들이 반발했고, 덩달아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 정부의 코스피 5000 달성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실용적으로 접근해 시장의 목소리를 수용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는 ‘투자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수요·공급 두 측면에서 끊임없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이동시키는 ‘머니 무브’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국내 증시가 꾸준히 오른다는 믿음이 서면 투자자들은 집 대신 주식을 산다. 대주주 50억원 기준은 정부가 과연 증시를 살릴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이 대통령이 투자자 의견을 존중하자 코스피는 사상 최고가 경신으로 화답했다.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이 대통령의 정책엔 곳곳에 실용주의 철학이 묻어 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도 이 대통령은 ‘더 센 상법 개정안’이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악덕 기업 경영진 일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압도적 다수 주주들과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단체들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업의 호소에도 실용적인 자세로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기업이야말로 성장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 대통령은 “배임죄 남용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마침 며칠 전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서 민생협의체 구성에 합의가 이뤄졌다. 올 정기국회에서 배임죄 완화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