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잠자는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해 활력 불어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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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1-23 오전 5:00:00

    수정 2026-01-23 오전 5:00:00

도입한 지 21년 된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기금형으로 운용하자는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은 회사에 일임하거나 각자 알아서 퇴직연금을 굴린다. 그러다 보니 은행 예·적금이나 국채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에 80% 넘는 돈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 환산 수익률은 2.86%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8.76%)에 크게 못 미친다.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원에 이른다. 2040년께 1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공적연금·개인연금과 함께 노후보장 3대 축을 이룬다. 기금화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닥을 기는 수익률에 대해 “퇴직연금은 노동자들의 중요한 노후 대비 자산인데 이런 식으로 버려지다시피 놔두는 게 바람직한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노사정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이르면 이달 안에 1차 합의문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회에도 기금화를 유도하는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기금화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아래 가칭 ‘퇴직연금공단’을 둘 수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독자적으로 비영리 수탁법인을 세워 노사 자율로 적립금을 운용할 수도 있다. 또는 민간 금융사가 설립한 ‘퇴직연금 전문 운용사’가 가입자를 모집한 뒤 자금을 굴려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가입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관건이다. 이 대통령도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것이고 더 나쁘게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퇴직연금의 기금화는 바람직하다. 많게는 수백조원이 증시로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고수익은 고위험과 동의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손해가 나면 가입자가 다 감당하는 구조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는 은행·보험·증권사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민간 금융사가 활동할 영역을 폭넓게 보장할수록 가입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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